쌈이랑고기랑 이여정 사장

   케일로 살 속으로 파고들던 발톱 치료를 해

   솔안말(송내)에 쌈이랑 고기랑이 있다. 고기랑 쌈이랑이 자연스러운데 굳이 ‛쌈이랑 고기랑’이라고 이름 지었다. 고기 보다는 쌈을 강조한 결과이다. 이여정 사장은 고기가 주메뉴이지만 쌈을 많이 넣으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기의 시대보다는 쌈의 시대가 더 어울린다.

   “매일 인천 삼산동 청과물시장에 가서 사옵니다. 그날그날 싱싱한 야채로 장만하지요. 보통 7~8가지 야채를 가지고 고기랑 곁들여 먹으면 좋습니다. 적근대도 있고, 케일도 있습니다. 요즘이 한창입니다.”

   이 사장이 이렇게 신선한 야채를 고집하는 것은 야채의 효능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케일이 몸에 좋더군요. 몇 년 전에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부종(浮腫)이어서 부기를 빼면 된다고 하더군요. 신체에 일시적인 변화가 와서 그런 거라고 했습니다. 집에 와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케일이 좋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케일을 한 3개월 녹즙으로 갈아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발톱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좋아졌습니다.”

   이 사장은 이렇게 신체에 정상적인 변화를 주는 것은 야채라고 했다. 하지만 워낙 자신이 고기를 좋아하는 탓에 고기는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무한리필. 자신이 먹을 만큼 제한 없이 먹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적당하게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괜찮다고 했다.

   “무한리필에는 항정살, 목살, 삼겹살, 오겹살 등을 준비합니다. 처음에 쌈을 갖다 드립니다. 손님들이 먹다가 부족하면 무한정 갖다 드실 수 있지요. 셀바에 준비된 여러 가지 음식들을 더불어 즐길 수 있습니다. 음료수도 한 병 제공해 드리지요. 정말 부담없이 와서 드실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얇게 썬 삼겹살을 더 선호

   이 사장은 요즘에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실감난다고 했다. 세월호가 터졌을 때에는 음식을 먹으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때, 폴리텍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수님께서 학생들과 함께 와서 식사를 했다고 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시국이 이러니까 오늘은 밥만 먹고 가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세월호 다음에는 메르스가 터져서 음식장사는 더욱 힘들었다.

   “공영방송에서도 앞으로 경제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해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족 외식을 줄이는 게 첫 번째이지요. 하도 답답해서 밖으로 나가보면 다른 음식점들도 텅텅 비어 있는 거예요. 처음엔 위로가 되었지만 지금은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서민들에게 경제가 좋아져야 저희 ‘쌈이랑 고기랑’에서 맘 놓고 드실 텐데 말입니다.”

   이 사장은 예전에는 단체들 모임이 많았단다. 그런데 요즘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부모님 생신 때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한 끼를 드시는 것이 관례였는데, 지금은 그게 무너진 것 같아 마음이 짠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두툼한 삼결살 보다는 얇게 썬 것을 선호합니다. 씹기 편한 고기가 좋다고 여기지요. 옛날에는 부모님 모시고 칸막이가 있는 식당에 가서 드셨는데, 지금은 실리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그런 어르신들을 손님으로 대하니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손님들 취향에 맞춰 고기 써는 법을 터득했다고 할까요?” 이 사장은 젊은이들은 두툼한 고기를 좋아하고 어르신들은 얇은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차돌박이 쌈밥정식

   “저희들은 차돌박이 쌈밥정식도 합니다. 고기는 한우를 쓰지요. 오리고기도 국내산을 씁니다. 단가가 맞지 않지만 부모님들을 생각해서 국내산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계란찜도 드리고 조기도 함께 올라갑니다. 평일에는 이같은 정식이 잘 나가고, 저녁 때에는 무한리필이 잘 나갑니다.”

   이 사장은 젊은 여자 손님들이 ‘고기 먹으면서 살 빼야 하는데...’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다고 했다. 요즘에는 미세먼지도 많고 해서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

   요즘은 항정살을 많이 찾습니다. 기름이 많이 섞여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랄까요? 좀 더 부드러운 고기를 찾는 게 시대의 변화라고 느껴집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패턴이 바뀐 거지요. 경제가 나쁘지만 그래도 예전 보다는 살림살이가 나아져서 식습관도 변한 거지요. 어린시절부터 풍족하게 먹고 다채롭게 먹어온 경향 때문이지요.”

   이 사장은 젊은 학생들이 몰려와서 맘껏 먹다보면 전혀 이문(利文)이 남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한다는 긍지,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처음 음식점을 열었을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 했지요. 이문이 남을까?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잘할까? 그런 걱정이었지요. 그런데 해가 갈수록 정성스럽게 음식을 조리했다는 긍지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아이들 키우던 그 음식들을 조리해

   이 사장은 점심 때 단골손님들이 오면 함께 먹는다고 했다. 매일 반찬도 바꾸어서 손님과 함께 먹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마치 고객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전 가정주부였어요. 전업주부(專業主婦)! 결혼해서 신랑에게 아침 해먹이고 출근하는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그런 주부였습니다. 신랑이 번 돈으로 살았지만 참으로 바빴습니다. 아이들에게 먹이는 음식 하나라도 좋은 걸 먹이려고 동분서주(東奔西走) 했습니다. 이왕이면 더 좋은 걸 먹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고, 요리를 배우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지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좋은 것, 맛있는 것 먹이고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지금 저희 쌈이랑 고기랑은 제가 요리했던 그 가정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제 아이들 먹이던 그 정성을 다 쏟고 있는 거지요. 고객들이 밖에 나와서 식사를 하는데 보통 하루에 두끼 정도 밖에 안 먹지요. 그게 안쓰러워서 더 정성을 더합니다.”

   이 사장의 딸은 취업 전선에 나가 있고, 아들은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워냈던 그 정성으로 음식점을 하고 있다.

   “제가 음식점을 하고 싶어서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바로 시작한 겁니다. 솔안말(송내)에 가게 자리가 났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지요. 바로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왔지요. 콩시루에서 잘 자라는 콩나물처럼 고객들 모두 변함없이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쌈이랑 고기랑에서 인터뷰 한 뒤 저녁을 먹었다. 셀바에서 고구마랑, 특별하게 조리한 뻔데기도 가져다 먹었다. 누룽지도 아주 맛있었다. 물론 먹기 싫을 만큼 고기도 양껏 먹었다. 무한리필. 그걸 즐긴 것이다.

 

  쌈이랑 고기랑 ☎ 032.655.1122

글 | 한도훈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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