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 매각 안건 의장 직권상정 첫 사례, 사업 추진 디테일하게 공개 시민 신뢰받아야”

‘부천영상문화단지 매각’ 시의회 통과 유감

“공유재산 매각 안건 의장 직권상정 첫 사례

사업 추진 디테일하게 공개 시민 신뢰받아야”

 

▲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부천시가 시청 앞 문예회관 부지 노른자위 땅 매각으로 홍역을 치른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상동 영상문화단지 10만평을 복합용도로 개발한다는 계획 아래 1단계 사업 추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신세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상동 영상문화단지는 2003년 조성돼 그동안 세 차례 민선 시장이 바뀌면서 드라마 ‘야인시대’ 세트장으로 한때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그 뒤로 서커스 전용 건물을 짓다 중단돼 애물단지가 됐고, 한때 무형문화재 행사로 전통 가옥을 지었지만 내놀만한 것은 못됐다. 한편에서는 세계 유명 건축물 축소판으로 만든 아인스월드가 장기 임대 사용하고 있다.

이제 이것들을 밀어내고 신세계의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그 주변에 스마트 융복합단지, 글로벌 웹툰창조센터, 중소기업과 전통시장 지원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하지만 그 중심은 초대형 쇼핑몰이다.

이 계획에 대해 그동안 시민단체, 전통시장 상인회, 일부 시의원들이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역 상인들의 피해, 교통 혼잡, 환경 등의 이유가 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천 역사상 규모가 제일 큰 사업을 충분한 공론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는 시 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상동 영상문화단지 공유재산 매각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보류됐는데, 부천시의회는 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다. 시의회 개원 이래 최초의 일이다. 시장과 소속이 같은 다수 의원들이 찬성했음은 물론이다.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 속에 시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찬반 토론이 이루어졌다. 찬성하는 한 의원은 부천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사업이라면서 샤워할 때도 영상문화단지만을 생각했다고 한다.

반대 토론에 나선 의원은 의회의 무원칙 처사와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우려했고, 또 다른 의원은 영화 ‘신세계’를 예로 들며 걱정하는 의견을 냈다. 기업형 깡패 조직을 그린 영화 ‘신세계’를 직접 본 사람이라면 왜 반대 의견을 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의회에서 매각안이 통과되자마자 시장은 시정 메모를 통해 15년간 방치됐던 영상문화단지가 수도권 최고의 문화・관광・쇼핑・첨단산업단지로 탄생한다고 밝혔다.

부천이 잘 된다는 일에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진정 부천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라면 사업이 몇개월 늦어지더라도 이해 관계자들과 시의회 등 집단 지성을 통한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미래 계획은 물론 더 나아가 동아시아 트렌드까지 살피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는 말이다.

초대형 기업인 신세계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공직자는 누구일까 우려도 된다. 지역신문에서는 신세계가 부천시에 500억원 상당하는 기여를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초대형 기업이 부천에 와서 손해보는 일을 할까? 부천과 어떤 특별한 연고가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위해서일까?.

“다음 부천시장은 할 일이 뭘까? 있는 땅은 다 팔고 없는데”라며 전직 부천시의원이 씁쓸하게 한 말이 떠오른다.

지난주 필자는 서울에서 열린 세금 아껴쓰기 행사에 다녀왔다. 강사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행정과 자기 치적 쌓기에 혈세가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부천영상문화단지의 대규모 사업 추진이 행여라도 치적 쌓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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