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이상의 초등생의 경우 ‘2~3 곳’

 숲 ‘어디로’ 가면 아이들에게 좋을까요?

 

지난 호에서 아이와 숲에 갈 때 ‘누구랑’ 가면 좋을지 말씀드렸습니다. 부모, 형동생, 친구로 구분하였고 그 중 부모가 가장 좋은 동반자이고 셋 모두 ‘아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랑 가면 좋다는 공통점이 있었지요. 편의상 부모, 형동생, 친구로 나누어 말씀드렸지만 반드시, 꼭은 아니란 겁니다. 아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선생님이든, 할아버지든 관계가 없을 것입니다. 이번 호에는 아이와 ‘어디로’ 가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러 곳 vs 한 곳?, 먼 곳 vs 가까운 곳?

보통 강의를 나가 부모님들께 “시간과 돈이 충분하고 여행을 간다면 ‘여러 곳’을 가시겠어요? ‘한 곳’을 가시겠어요?” 하고 물어 봅니다. 한 곳을 가신다는 분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거의 다 여러 곳을 가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물어 보죠 “‘먼 곳’과 ‘가까운 곳’ 중 어디로 가시겠어요?” 그럼 또 많은 분들이 먼 곳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어른들은 이미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경험에 대한 욕구가 있다보니 좀 더 멀리 좀 더 다양한 것을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좀 더 멀리 가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공원보다 멀리 있는 동물원에 데려가고 싶은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어떨까요? 먼 동물원에 가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합니다. 아이는 아직 피곤할 수 있어요. 부모도 준비하는데 힘들죠.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이동합니다. 드디어 동물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는 코끼리를 더 보고 싶은데 부모는 자신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닙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많은 것을 보고 다시 차를 타고 몇 시간에 걸쳐 집에 오면 피곤해 잠이 듭니다. 부모는 다시 돌아갈 시간과 들어간 비용 그리고 아이의 더 많은 경험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하루 종일 바쁩니다. 그 이상일 수도 있지요. 그 피곤함에도 아이가 오늘 본 악어나 코끼리 같은 집근처에서 보기 드문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하면 부모로써 좋은 경험을 해줬다는 뿌듯함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 아이가 원하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이는 여러 가지 보았지만 막상 기억에 남는 것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깊이 있는 관찰을 못하고 부모가 원하는 스쳐보기만 했죠. 아이에게는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모두가 충분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수록 깊이 있는 관찰이 필요하고 하고 싶어 합니다. 숲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유아는 ‘같은 곳’에 자주

유아는 같은 곳에 자주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동물원 사례는 유아기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아동기가 되면 조금 다르죠. 유아는 시선의 폭이 좁고 관찰의 깊이가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면 어른들도 지칠 만큼 한자리에 오래 앉아 관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관찰을 하는 경우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으로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를 그냥 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숲에 가시면 코스를 정해 매번 같은 길을 가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아이가 숲의 변화하는 모습을 충분히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아동기 이상의 초등생의 경우 ‘2~3 곳’

유아기를 벗어난 아이들은 시야도 좀 더 넓어지고 모험심과 탐험심이 많고 몸을 쓰고 싶어 합니다. 해서 좀 더 많은 활동을 요구합니다. 유아기처럼 같은 코스를 가는 경우도 있지만 더 다양한 활동을 위해 환경적 요인이 다른 2~3곳을 가보고 아이가 선택해서 활동하면 좋습니다. 장소마다 놀이 방식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가급적이면 먼 숲보다 인근 숲을 이용하여 스스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아동기 아이들도 몸을 주로 쓰지만 아직 유아기의 관찰력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자주 갈수록 숲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놀이 방식도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숲’이라면 무언가 거창한 것 같지만 그냥 ‘나무가 우거진 곳’을 말합니다. 즉 공원이든 산이든 강가든 바닷가든 나무가 많이 있는 곳이면 되는 거죠. 그 중에서 나무가 자연적으로 잘 사는 곳이 산이다 보니 인근 산에 가기를 추천 드립니다. 꼭 정상을 가셔야 하는 것도 아니고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가 갈 수 있고 가고 싶은 곳 까지만 가시면 됩니다. 산 초입이면 어떻습니까. 아이가 자연을 느끼고 볼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부모의 생각으로 더 멀리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조금만 접고 아이의 생각으로 가까운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해준다면 아이가 더 좋아할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더 편하게 아이를 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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