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건물이 아니라

복지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10여 년 전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투어 만든 영어마을 50여 개가 거의 문을 닫았습니다. 경기도는 2004년에 전국 최초로 안산에 영어마을을 열었지만 2012년에 닫았습니다. 파주와 양평에도 영어마을이 있는데, 올해 다른 시설로 바꾸겠다니 이제 경기도에서 영어마을은 완전히 문을 닫는 거죠. 세 군데 조성 비용에 1700억원이 들었고, 해마다 몇 백억씩 적자가 났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공약에 공무원들이 미래 수요를 부풀려 벌어진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자치단체장은 그 공사를 추진하면서 자기 정치 스케줄로 이용하였을 테고, 관련 공무원은 공사 완공 후 승진하였겠지만, 이런 결과를 두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는 카드뉴스가 있어요. 구미시 참여연대가 만들었습니다. 남유진 시장(3선)이 주도하는 구미시와 이재명 시장(2선)이 주도하는 성남시 행정을 비교했습니다. 구미시는 죽은 자를 위해 복지를 포기하고, 성남시는 산 자를 위해 복지를 강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구미시는 박정희 예산 명목으로 255억원을 들여 생가를 관리하고, 추모 예산으로 쓰고, 탄생 100돌 기념 공연 등을 벌입니다. 그러나 성남시는 201억원으로 중학생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주고, 무상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청년에게 배당금을 줍니다. 또 구미시는 새마을 테마파크 사업에 866억원을 쓰면서 학교에 29억원을 지원하는데, 성남은 그런 돈으로 임대주택을 짓고 공공의료원을 설립하며 학교에 200억원을 지원합니다.

잘 뽑은 시장 한 사람이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바꿔나갑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이렇게 인터넷에서 악평가되는데,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니, 본인 정치 인생으로도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드러난 셈입니다.

다른 지방 자치단체장은 왜 이재명의 길을 걷지 않고, 남유진처럼 실패하는 길 또는 주민과 갈등하는 길로 갈까요? 그것은 단체장이 지역 기반 시설이 미비하던 과거에 사로잡혀 단기적 성과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치적으로서 주민들에게 더 먹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짓고 다리를 놓겠다든지 도로를 내고 공단을 조성하겠다든지, 비행장을 유치하겠다든지 약속하는 것이 그런 식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최근 홍만표 사건에서 보듯이 자치단체장 또는 지인에게 검은 돈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그쪽에서 건네준 만큼 이쪽에서 편리를 봐주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이 비난하든 반대하든 개의치 않고 이런저런 규제를 풀어 특혜를 주고 편법을 동원하여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이는 등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것이겠죠. 물론 결과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남유진 시장과 이재명 시장이 물러가고 후임자가 들어섰을 때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후임 시장이 죽은자를 위한 예산을 없애면 남유진 시장이 벌인 일은 주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일이었던 셈이고요. 이재명 시장 후임자가 각종 복지 예산을 살려놓으면 이재명과 상관없이 주민을 위한 제도로 정착한 것입니다. 이것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제안하여 경기도에서 조심스럽게 출발하였지만, 지금은 전국적인 제도로 자리잡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부천시가 전 초등학생에게 수영을 가르치거나, 학생에게 1인 1악기를 챙겨주려는 시도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부모와 학생이 제대로 호응하면 제도로 남을 것이고,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불과했다면 저절로 없어질 테니까요.

언젠가 약대중앙교회 안수집사님 일행이 도배 봉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차상위 계층으로 삶이 어려운 집을 찾아 그 집 살림을 다 들어내고 새 도배지를 깨끗하게 발라주는 일입니다. 교회 봉사자로 구성된 탓에 인건비는 따로 들지 않아, 도배지 값만 30만원쯤 든다고 합니다. 도배지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도, 그 분의 삶이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걸 주민들이 부천시에 제안하여 제도화해도 좋겠습니다. 대상은 주민자치센터 자치위원들이 선정하고, 예산은 부천시에서, 봉사자는 자원단체에서 이렇게 나눠맡아도 좋고요. 바우처를 발행하여 주민자치위원들이 선정하면 도배사업자가 시공하고, 예산은 부천시가 지원하는 식도 좋을 것 같습니다. 1년 1억원이면 차상위계층 200가정이 행복해지고요. 그걸 바라보는 주민 2만명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약대중앙교회는 무료합동결혼식도 올려줍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 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3쌍을 대상으로 드레스 무료, 메이크업 무료, 사진촬영 무료, 혼수품 무료, 잔치음식 무료, 심지어 청첩장도 무료로 만들어줍니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봉사자가 수고해주므로 물품 비용만 300만원쯤 든다는군요. 이것도 바우처를 발행하여 자치위원이 선정하여 기존 예식장에 바우처 사업으로 결혼식을 치르도록 하면 결혼당사자를 비롯하여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찾아보면 “체육관을 유치하라, 도로를 확장해라, 지하철을 늘려라, 일자리를 만들어라”가 아니어도 아주 구체적으로 행복한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이제 지역주민인 우리가 나서서 지역 공동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재밌는 일들을 부천시에 제안하여 제도로 자리잡게 하면 어떨지요? 저도 조그만 일이지만 행복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보겠습니다.

아~ 지금 들어온 따끈한 소식입니다. 핀란드는 무작위로 뽑은 1만명에게 월 550유로(약 73만원)을 2년동안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답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성공적이면 국가 정책으로 삼겠다네요. 이런 식으로 우리는 복지관 건물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복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부천시 정치인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글Ⅰ한효석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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