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요?

 

지난호에는 아이와 숲에 갈 때 ‘어디로’ 가면 좋은지에 말씀드렸습니다. 아이와 어딘가를 가야 겠다 생각하면 부모는 가장 부담되는 것이 거리일지 모릅니다. 좀 더 많이 좀 더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같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을 상대적으로 조금밖에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싶어 합니다. 가까운 곳도 좋으니 부담도 없고 자주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숲에 가면 뭐하지?”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숲에서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획하고 갈까? VS 그냥 갈까?

아이와 숲에 간다면 “계획하고 갈까요? 그냥 떠날까요?” 지난 호와 마찬가지로 어른들에게 “여행을 떠난다면 어떻게 할까요?”로 바꾸면 답이 바로 나오실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밖에 나간다면 어떻게 할까요?”라면 답이 어떻게 나올까요? 어떤 부모님은 아이와 같을 수도 있고 어떤 부모님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다른 경우가 많을 겁니다. 부모는 계획적으로 경험을 쌓고 아이는 무계획적으로 세상을 만나죠.

이런 차이로 부모의 결정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차이를 알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면 부모는 거리나 계획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고 아이는 부모의 기대와 요구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숲에 갈때도 마찬가지지만 어디를 가시더라도 무계획적으로 떠나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바쁘게 vs 심심하게

앞서 말씀드린 데로 그냥 가는 숲은 심심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부모님들은 도시에서 수많은 정보를 보고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숲에는 자극이 현저하게 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험은 없고 도시생활이 오래될수록 그 차이는 현격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갓난아기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관찰과 체험을 하느라 바쁘지만 아동기를 넘어선 학령기 아이들은 심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심심하다는 아이들은 바쁘게 만들어 줘야 할까요?

저학년 아이일수록 가급적 아이들에게 심심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수동적인 자극이 가득한 공간에서는 스스로 하기 보다 시켜서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환경은 동기를 줄여 창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심한 공간에서 더 낳은 환경을 원한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의 결과물로 즐거움도 찾을 수 있고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어린 시절 심심함은 장기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 도시에 적응한 아이들이 숲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없다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아이와 놀아주셔서 다시 오고 싶은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숲은 ‘능동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곳

숲은 앞서 말씀드린 무계획적 활동과 심심한 장소로 능동적인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능동적 환경은 아이들에게 ‘학습동기’와 ‘창의력’을 제공하는 환경으로 만들어줍니다. ‘학습동기’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풀면 새로운 지식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원인이나 계기를 말하며 ‘창의력’은 새롭고 뛰어난 생각을 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계획하지 않으면 틀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심심하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새로운 것을 관찰하고 배우고 발전시키고 실천하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도 어른들을 보고 모방하며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요즘 우리 아이들은 도시에 수많은 시각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있어 도시가 만든 틀에 갇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매년 장마는 오는데 옛 장마와는 달리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연현상의 변화는 국가와 지역의 자연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러한 영향은 천천히 거주하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데 있지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자연을 느끼고 성장해서 너무 늦기 전에 자연을 돌봐주며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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