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십오야' 두번째 이야기

 
 나는 콩나물신문의 조합원이 된지 약 한달 정도 된 새내기다. 처음에 「세상을 바꾸는 시민들의 夜한 이야기, 십오야夜」 토크쇼가 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내 귀한 저녁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재미없기만 해봐라’라는 치기어린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듣고 싶은 명 강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불륜부부로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우리시대 중년부부들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제목만 보면 백세시대에 접어들었으니 이미 반백년 산 부부들은 불륜부부로 살아 보자는 건지, 그게 아니라 반어적 표현인지 헷갈렸던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부부(이화영 강사님의 말씀에 의하면)로 살기보다 불륜 부부로 살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강의를 듣는 내내 그래 우리부부가 지금까지 ‘그냥부부’로 지냈구나! 등산 갈 때 불륜 커플들은 색색의 오색 도시락에 과일까지 싼다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게으름을 못 이겨 얼굴에 화장을 하고는 산행뿐만 아니라 여행도 가지 않았다. “여행 때 만이라도 여자들이 음식을 안 해야 되는 거 아냐?”라며 큰 소리쳤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식당에서는 또 어땠는가? 남편은 먹든지 말든지 아이들만 챙기고 또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남편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이제부터라도 등산갈 때 예쁘게 풀메이컵으로 화장은 못해도 남편이 좋아하는 분홍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아서 아주 친절하고 상냥한 비음을 섞어서 비싸고 맛있는 메뉴도 권해볼 것이다.

 후식도 욕심내지 않고 근사한 카페에 가서 깔끔하고 상큼한 모히또를 시켜놓고 아이들 얘기 말고, 가정 경제에 관한 얘기 말고, 매일 생각이 달라 다투는 정치 얘기도 아닌 우리 연애시절 보았던 영화를 회상하며 또 앞으로 볼 영화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것이다. 아니 꼭 그렇게 하겠다.

 우리 시대 위기의 중년부부들(스위치만 누르면 탈선할 준비가 되어있는)이여! 불륜커플들을 본받자. 그들이 하는 방법대로 우리들의 배우자에게도 관심과 배려를 해보자. 그러면 ‘그냥부부’ 눈에는 우리도…….

 다음 세바시 ‘십오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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