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는 ‘언제’ 가면 좋을까요?

정문기 조합원

 

지난호에는 아이를 위한 숲놀이를 위해 아이의 연령대별로 부모가 어떻게 함께 하면 좋은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 따라 ‘함께하기’도 ‘따로하기’도 한다고 했지요. 그리고 어떤 연령이든 공통적으로 아이가 무엇인가 집중한다면 ‘그냥 둔다’고도 말씀 드렸습니다. 이번호에는 언제 숲에 가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하루 중에는 ‘오전’에

하루를 새벽,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누고 그 중 하나를 골라 숲에 간다면 언제 가시겠습니까? ‘새벽’에는 해가 뜨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운으로 상쾌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1월1일에 일출을 보러 가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새벽 활동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새벽에 잠을 자야하고 잠은 아이 성장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하루에 9시간에서 11시간 정도는 자야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럼 ‘오후’는 어떨까요? 요즘 같은 여름에는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유아들은 낮잠을 자고 그 이상의 아이와 어른들은 식곤증, 무기력증 등등을 겪게 되는 시간입니다. 활동하기 힘들죠. ‘저녁’은 해가 지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지요. 인간의 생체 주기는 전기가 발견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태양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류의 시간 700만년 중 도시 생활은 250년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의 면역체계를 높이는 방법으로 “낮에는 걷고 밤에는 자라”는 말이 있지요. 저녁은 휴식의 시간입니다. ‘새벽’, ‘오후’, ‘저녁’을 빼면 ‘오전’만 남는데 이 시간이 숲도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인간에게 유익한 나무의 살균성분인 피톤치드의 발생이 가장 많은 시간대이고 독일, 일본, 한국 등 숲 유치원의 숲 활동시간도 오전을 주 활동 시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아이와 함께 ‘오전’에 숲에 가시길 추천 드립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숲으로

도시에 살다보면 비 오고 눈 오는 날에 놀러가거나 외출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날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휴가나 출장 등의 바깥 일정이 잡히면 날씨가 맑기를 바라며 자주 일기예보를 주시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현상은 자연의 거대한 순환체계의 한 부분으로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환경입니다. 특정 환경에 따라 기분이 좋지 않은 선입견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어른들이 이미 고정적으로 생각하는 환경에 대한 인식을 아이들이 느끼기 전에 자신만의 느낌으로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는 비나 눈 등의 환경보다 놀이를 할 수 있나 없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사계절을 모두 경험하자

일반적인 숲체험 프로그램들은 일회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 년 중 하루나 몇 일을 선택해 한 계절의 자연을 보며 사계절을 공부하듯 배우는 것이죠. 하지만 자연은 배우기보다 느끼는 것이란 관점에서 보면 사계절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 년에 단 네 번을 하더라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경험할 수 있게 주기적으로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계절이 변화하는 자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봄의 따스함과 화사함, 여름의 무더위와 시원함, 가을의 풍요와 화려함, 겨울의 황량함과 추위 등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놀이에 집중하면 불편한 환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여 놀며 만족스럽고 행복해 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편안함을 경험하고 익숙해지면서 불만족스럽고 불평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불편과 편안함 중에서 선택하라면 어느 누구도 불편을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편안할 때도 있지만 슬프고 괴롭고 힘든 때도 있습니다. 자연도 안식과 휴식의 환경을 제공하지만 때론 덥고 춥고 습하고 가려운 불편을 줄 때도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아이가 자연과 함께 하며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하고 싶은 것을 피하지 못해 신경 쓰며 불행한 시간을 보내기보다 주어진 편안함을 즐기는 인생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숲은 덥고 모기도 많고 비도 많이 옵니다. 하지만 햇살 좋은 날 그늘에 부는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꽃의 향기와 깨끗한 물소리가 풍성한 날도 많습니다. 그것이 자연이고 인생이라 생각하며 숲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부모님이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고 성장하는 아이는 커서 어렵고 불편한 환경이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숲에 가셔서 다양한 숲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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