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인들의 침묵이 과연 어떤 침묵인지...

영상단지 매각에 침묵하는 부천 정치인들

 

 

올 여름은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폭염으로 온 국민이 힘들게 보내고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속 시원한 대책이 아닌 그저 검토 수준으로 대응해 원성을 사고 있다. 

우리 부천은 작년 여름, 시청 앞 문예회관 부지를 포함한 노른자위 땅을 복합 개발 명목으로 매각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꼭 1년이 되는 올 여름에는 상동 영상단지개발 관련 1차 사업으로 신세계 대형 유통 쇼핑몰 유치 매각 대금 추정 3천억 원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부천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는 매각에 대한 부결 안건을 시의회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시켜 다수당의 힘의 논리로 매각 안을 통과시켰다.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 중소 상인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므로 전통 시장과 시민 사회에서 계획을 철회하라고 시위를 벌였으나, 부천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생각도 못했던 주민감사청구가 이루어졌다. 그것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아닌 젊은 만화가가 나서서 매각 절차의 문제점, 매각 금액의 적정성 등 몇 가지 문제를 들고 시민 서명을 받아 상급 단체인 경기도에 정식으로 주민감사청구를 요청했다. 이 달 말까지 경기도는 서명자의 인적 사항이 맞는지 확인해서 감사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기도 전체로 보나 부천에서도 주민감사청구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한편,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에서도 대형 쇼핑몰 건립을 꾸준히 반대하면서 부천시도 계획을 철회하라는 권고 문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당국은 강행 입장이다.

지난 8월 9일에는 인천시 부평구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나서서 부천 신세계 대형 유통 쇼핑몰 입점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14명이 서명한 이 법의 요지는 대형 복합 쇼핑몰 허가 시에는 3킬로미터 이내에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인접 상권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이 법안 발의에 서명한 국회의원 가운데 부천시 4개 선거구에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자존심의 문제였을까. 내 부서 소관 사항에 대해 다른 부서에서 간섭하거나 운운할 때 가만히 있는 부서장은 없다는 게 필자의 행정 경험이다.

우리 부천 의원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시민의 재산을 몇 천억 원에 매각을 추진하는데, 같은 당 소속 시장 체제에서 충분히 협의한 결과를 시민들에게 설명이라도 해 주는 것이 의원들의 책임이자 임무가 아닌가. 이번 20대 국회의원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시민들의 우려와 궁금증을 풀어주고 부르면 제일 먼저 다가가야 하는 위치인데, 일단 당선되고 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관성이 있다면서 지난 선거에 투표한 자신이 후회스럽다는 소리가 나온다.

같은 당 소속 시장 체제의 행정이라고 침묵하지 말고, 시민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엄중히 인식하기를 바란다. 부천의 정치 지형이야 다 아는 일이지만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시의원도 60%를 차지하고 있어 새누리당이 견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출직 공직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오직 국리민복, 주민의 복리 증진에 힘쓰는 것이 아닌가?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고 짜증나는 이 여름에 청량제 같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여 주기를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신부였던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는 수도원이 아닌 세속에 적을 두고 당대 사회 현실에 적극 참여한 문필가로 유명하다. 그의 책 『침묵의 기술』에서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상대를 기만하거나 당혹스럽게 할 의향으로 입을 닫는 것은 ‘교활한 침묵’이라고 했다. 영상단지 개발과 관련해 지금 지역 정치인들의 침묵이 과연 어떤 침묵인지 곰곰이 묻게 된다.

전 부천시 오정구청장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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