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좀 귀하게 대해 주세요!!

말로만 하지 마시구요.

 

 

최영진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

 

‘청소년’은 ‘성인’이 되기 전 나이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몇 살까지가 청소년인가는 법령에 따라서 약간 차이가 납니다. 청소년기본법에서는 만 24세까지를 청소년으로 분류하고, 청소년 보호법에서는 만19세 미만인자를 청소년으로 규정합니다.

‘청소년’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우선 ‘어리다’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지요. 그래서 ‘미성숙’이라는 이미지가 따라옵니다. 또, 지금 현재는 그들의 시대가 아니고 그들의 시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인식들이 모여서 청소년은 잘 키워져야 하고 귀하게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소년’과 연관된 키워드를 살펴보면 미래의 주역, 꿈, 도전, 희망, 젊음… 등등의 밝은 단어들이 따라 옵니다. 정부나, 지자체, 학교등에서 내세우는 구호도 비슷합니다.

우리사회에서 청소년을 대하는 모습이 표면적으로는 이렇지만 그들이 과연 귀하게 대접 받으면서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올해 초,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19세 청년노동자의 사연이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듯 해서 참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가 우리사회에는 너무나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올해 5월초 경기도 군포지역에서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남 분당의 한 외식업체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던 ‘19세 김군’이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단순 자살로 수사를 종결하였으나, 이 사건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사회가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함부로 소모시키고 있음이 또 한번 드러났습니다. 그는 특성화고에서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하고,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도 5개나 획득할 정도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현장실습’을 나간 곳은 외식업체였고, 하루평균 11시간 노동, 수프 만드는 일이 그의 몫이었습니다.

출근첫날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131일 동안 단 하루도 11시간 밑으로 일을 한 적이 없고, 직장내 괴롭힘, 성추행, 부당한 벌칙등 과도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기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현장실습’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귀하게 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래의 주역 청소년들이 받는 현실입니다.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부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는 올해 상반기 부천지역의 특성화고 4학교 1~3학년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2시간씩 ‘노동인권수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일부 학과 학생들 중에는 2학년 때 이미 ‘도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2~3일은 현장으로 출근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3학년 학생들을 만나서 현장실습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대반, 걱정반이었습니다.

어떤 회사에 가서 일하더냐? 선배들한테 들은 이야기는 있냐? 물어봤을 때 어디로 갈지 잘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 군포지역의 ‘19세 김군’의 사건이후 군포지역에서 지역언론과 노동단체, 학부모, 현장실습 경험학생 등이 참여해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현장실습을 경험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가 취업률에 목매는 현장실습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모 실업계 학교는 취업률이 80%라고 자랑을 하는데 디자인계열로 M모 문구업체로 몰아서 보냈고 그 기업은 법을 악용해 노동력을 착취를 했습니다.”(안신정 안양군포의왕비정규직센터 사무국장)

-“3학년2학기가 되면 현장실습의 압박은 학교나 교사나 학생이나 다 받습니다. 여학생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콜센터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자 청소년은 외모로 뽑혀 현장실습을 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직장 내 성폭력도 걱정이 됩니다. 결국 사회가 만든 법과 규정 때문에 현장실습 중간에 돌아오지도 못합니다. 학교도 학생도 업체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특성화고 자녀를 둔 안양지역 학부모)

-“3학년 2학기가 되면 학교 추천을 받은 현장실습을 못 나가면 개인적으로라도 현장실습을 나가야 합니다. 학교에 나오면 안 됩니다. PC방, 맥도날드, 택배 뭐든 상관없습니다. 출근했다는 사인만 받아오면 출석으로 인정이 됩니다.(현장실습 경험이 있는 특성화고 졸업생)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교육으로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청소년들을 값싸고 함부로 쓸 수 있는 임시노동력 공급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전교조 및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를 십 수년 전부터 다양한 경로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사람이 죽어나가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이제야 조금 여론 형성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청소년들이 나이를 먹어 사회에 내 보내졌을 때, 그들 스스로 미래, 희망, 꿈, 도전… 이라는 단어들을 청소년과 연결시킬 수 있을 까요?

말로만 귀하다 하지 말고, 진짜 귀하게 대해 줄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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