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진 조합원의 고향방문기

문신진 조합원의 고향방문기

 

“금의환향”

“얘들아, 빨리 빨리 서둘러라. 배 시간 놓칠라.”

채근하는 내 재촉에 아들, 딸, 며느리, 사위가 뻘뻘 땀을 흘린다. 여보, 숨 넘어가겟수. 그만 서두르시구료. 보다 못한 아내가 애들 편을 든다. 배 시간을 놓쳐 되돌아 섰던 아픈 기억들이 내 마음을 좀 쑤시게 하는 줄을 그 누가 알겠는가.

지난 주 첫돌 지난 손자 기저귀 가방까지 점검이 끝난 후 렌트를 한 승합차에 모두 안전띠로 몸을 묶은 후 연안부두로 내달렸다.

대합실은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몹시도 혼잡하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8시 덕적도 코리아나호로 승선하실 승객은 승선표와 주민등록증을 지참하신 후 3번 개찰구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경찰관과 해양관계자, 검표원의 지시에 협조하였다.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 승선인원과 수화물에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었고, 승객들은 새로운 규정에 잘 협조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백번을 강조해도 옳은 일이다. 해상에서 그런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들 깨달은 것이다.

여객선의 실내는 매우 쾌적하고 아늑하여서 바다만 보이지 않는다면 점보 비행기나 다를 바가 없다. 승선 인원 450명, 시속 30노트, 돌고래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바다를 가르며 달려 나갔다. 배를 처음 타본다는 쌍둥이 아빠 사위는 연상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물어왔다.

“장원급제 해야만 금의환향이더냐?”

 

손자 다섯을 이끌고 열 한명의 대가족이 고향을 찾는 내가 바로 ‘금의환향’이지. 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뚜우뚜~~ 고향의 정적을 깨는 뱃고동 소리와 동시에 부두에 닻을 내렸다. 사람의 정으로 넘쳐나는 부두는 잘 빚은 송편처럼 맛깔스럽고 아름다웠다.

북리행 마을버스는 황금들녘을 지나 조그만 여울목 다리 위 이개 라는 정류장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으시고 손자들의 배꼽인사를 받으시는 칠순 형님은 이제 많이 늙으셨다.

아버님, 어머님 묘소에 큰 절을 올리면서 하늘에 별이 되어서 우리 후손들을 지켜보실 그 한없는 은덕에 마음이 숙연해지며 눈물이 핑 돈다.

오늘 밤은 올망졸망한 손자들의 재롱에 모처럼 기뻐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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