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송파 세 모녀 사건이었다. 송파동에 살고 있는 세 모녀가 ‘죄송하다는’ 글을 남기고 자살했다. 이유는 이렇다. 어머니와 두 딸은 생계를 위해 일을 했지만 빚과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해도 가난했다. 형편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세 모녀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다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생계에는 더 어려워졌다.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삶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세 모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은 비단 서울시 송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A씨는 시집을 오면서 부천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아 살아가고 있다. 현재 시어머니, 며느리인 A씨, 딸이 함께 살고 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봉양과 생계를 함께 꾸려나가야 했다. 그러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딸은 대학생이지만 휴학 후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대신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었으나, 딸이 근로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외시켰다. A씨 가정은 서류상에서 시어머니를 분리했고 시어머니만 수급비를 받고 계신다. 그 금액으로 세 식구가 산다. 당연히 생계가 어렵다. 그나마 주변에서 어려움을 알고 관심을 가지며 간헐적인 물건, 금전적인 지원을 받으며 삶의 희망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저생계비 이하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은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자격조건을 가진다. 가구원 및 부양의무자 확인, 소득 및 재산의 확인이다. 수급을 받고 싶은 당사자의 소득 및 재산을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나를 부양해야 의무를 가진 가족들의 소득, 재산을 다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의 부양의무는 부모와 자식 간에 동일하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결혼한 자식이 어렵게 살면 부모도 자식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양의무는 1촌간에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포기하겠다거나 관계가 단절되었다거나 하여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인정받기 어렵다. 현재의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부모와 자식 간에는 영원히 부양의무를 다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법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한 문제를 국가가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보다는 개인의 책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랫동안 복지의 기본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촉구하는 이유이다.

지금 온 나라 전체는 세월호 침몰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어느 누군가의 잘못으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 자신의 가족처럼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고 있다. 이 어려움을 통해서 사회가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슬픔을 같이 하고자 하는 연대정신이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사회의 구조자체가 경제적 어려움을 개인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여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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