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사이에서는 시댁이나 친정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걸 독박육아라고 합니다. 저도 시댁과 친정이 모두 멀어서 남편이 출근하고 퇴근하기까지 12시간 이상을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독박육아를 했습니다.

아이를 오롯이 혼자서 돌봐야 한다면 무엇이 제일 힘들 것 같나요? 이유식도 만들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하는데 아이가 끊임없이 칭얼대는 상황일까요? 밤낮 구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깨서 젖 달라고 우는 아이를 보는 걸까요? 아마 둘 다 맞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임신했을 때 이런 상황을 떠올려보며 마음의 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마음의 대비를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철창 없는 감옥 신세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물리적으로는 두 사람이지만 여전히 한 사람 같기도 하고(혼자 밥 먹고 혼자 하는 게 여전히 더 많기 때문이지요) 또 두 사람 세 사람 같기도 합니다.(가사 일의 양은 두 사람, 세 사람이 사는 것 같아서요) 아이가 내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왔지만 돌이 되기 전까지는 엄마와 아이는 여전히 '심리적 탯줄'로 이어져 있는 관계입니다.
저는 모유수유를 해서 돌 되기 전까지 2시간 이상 떨어져 본 적 없이 지내기도 했어요.

아이는 4개월쯤 되어야 거의 목을 가누게 됩니다. 그전까지는 아이를 세워서 안거나 업을 수도 없고 오로지 눕혀서만 돌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시기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 시기가 좋은 점은 아기가 하루에 잠을 18시간씩 잔다는 겁니다. 또 마침 겨울이기도 해서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물렀고 저는 아이가 자는 시간을 이용해 좋아하는 책을 실컷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봄이 오고 아이가 뒤집기도 하고 앉혀놓을 수도 있는 시기가 되면 저 같은 집순이도 슬슬 밖에 나가고 싶어 집니다. 이제는 아기가 목도 가누고 척추에도 힘이 생겼기 때문에 아기띠를 이용해서 안는 게 자연스럽고, 유모차에 태우는 것도 더 이상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따뜻한 오후가 되면 아기와 함께 호젓한 길을 걷는 게 꽤나 즐겁습니다. 좀처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없는 직장인으로 살다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일 한낮의 여유로움은 놓치고 싶지 않은 일상입니다.

하지만 혼자(아니 둘)하는 산책도 며칠 하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아무리 소중한 거라도 일상 속에 넘쳐나면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처럼요. 이때부터는 뭐할 게 없을까 기웃기웃합니다. 오늘은 백화점도 가보고 내일은 홈플러스, 그다음 날은 뉴코아아울렛 이런 식으로 쇼핑몰을 순회합니다. 하지만 쇼핑도 매일 하면 역시 지겨워집니다.

일부에서는 한가하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쇼핑몰과 백화점을 전전하며 낮시간 동안 쇼핑하는 엄마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들도 늘 그곳을 가는 게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외출이 쉽지 않은 아기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나마 쇼핑몰과 백화점은 엄마들이 아기들과 함께 가도 눈치 보이지 않고 때로는 환영받는 느낌까지 듭니다. 백화점 육아휴게실은 아기를 돌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어쩜 그렇게 잘 구비돼 있는지 처음에 들어서면 감동을 받고 백화점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예전에는 마을이 형성돼 있어 아이를 낳으면 오로지 엄마 혼자 아이를 돌보기보다는 동네가 함께 키우는 식이었습니다. 형제자매도 많았고, 동네에 아이들도 더러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어귀의 커다란 나무 아래 대청마루 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계셨지요. 그러면 인사도 하고 아이를 한 번씩 안아보기도 하고 아이 키우는 방식에 대한 조언도 듣곤 했을 텐데 이제는 마을 공동체가 사라져서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어요. 할머니들이 수많은 시간동안 쌓아온 보석같은 전통육아 노하우도 단절돼 버렸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 키우는 방식을 소아과 의사의 말에 의존합니다. 육아는 온전히 가정의 몫이 됐습니다. 저희 친정엄마도 낯가리는 저희 아이를 보고는 "맨날 네 엄마랑 둘이만 있어서 그렇다"며 핀잔을 주곤 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갑자기 이웃을 사귀자니 그것도 참 난감합니다. 엄마들이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보면 종종 '15년생 딸아이 키우고 있는데 친구 해요'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요즘 엄마들은 이렇게 친구를 사귑니다.

요즘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에는 공동놀이방 같은 곳도 있는 것 같던데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래서 엄마들은 시설도 잘 돼 있고 아이와 시간 보내기도 좋고 또 아이의 인지, 신체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홍보하)는 문화센터를 찾습니다. 홈플러스, 뉴코아 아웃렛, 백화점 등에서 대부분 운영하고 있고, 음악수업, 오감발달 수업 등등 아이의 월령에 맞는 다양한 수업이 준비돼 있죠. 아이 키우는 친구를 만나거나 새로운 엄마 친구를 사귀면 거의 대부분 '문센 다니냐'고 물을 만큼 엄마들 사이에서는 '문센'이 공통의 관심사예요.

많은 엄마들이 '문센'을 당연한 육아의 한 과정처럼 이용하고 있지만 가격이 그리 만만한 건 아닙니다. 일주일에 1일 40분씩 총 12회(약 3개월)가 재료비 합쳐서 약 12만원 정도 하니까요. 여느 사설 학원 못지않지요? 저는 처음에는 돈도 아깝고, 아기는 자연스럽게 크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굳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어느 정도 크니까 낮잠 자는 시간은 줄어들고 함께 놀아야 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렇다고 아직 놀이터에 가서 놀기에는 이릅니다. 걷지도 못할 때니까요.

그래서 찾아보니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수업도 있더라고요. 바로 부천시육아종합지원센터부속 아이(러브)맘카페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 번 가고 지금까지 못 가거나 안 가고 있습니다. 엄청 깨끗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교구나 장난감도 많아서 자주 이용하고 싶었으나 집에서 너무 멀고 이용하는 방법이 너무 까다로워 잘 이용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시설과 장난감이 매우 깔끔했는데 이건 역설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기서 아이러브맘카페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점을 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부천시에는 부천시육아종합지원센터부속 아이(러브)맘카페가 3군데 있습니다. 범박휴먼시아, 고강본동, 심곡본동이지요. 저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심곡본동 지점을 검색했습니다. 집에서 제일 가깝다고는 하지만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야 합니다. 10여분 정도 버스를 타고 내려서 네이버 지도를 켜고 상점이 형성돼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어린이집처럼 생긴 건물에 아이러브맘카페라고 적혀있습니다.

1층은 장난감 대여 도서관, 2층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놀이방이 있고 이 곳에서 아이들 수업도 진행됩니다. 아이러브맘카페는 무료이기는 하지만 회원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회원가입이 필수인데요. 아무 때나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매달 1~7일까지만 회원가입 신청을 받고 직접 찾아가야지만 가능합니다. (아이와 함께 외출 한 번 하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닌데 지차체 서비스를 신청할 때는 유난히 직접 방문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회원 가입을 한다고 해서 바로 이용 가능 것도 아닙니다. 며칠 뒤에 회원으로 가입됐다는 문자가 오면 그때부터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놀이방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심곡본동에서 회원가입을 했다고 해서 고강본동이나 범박휴먼시아 지점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또 그곳에 가서 회원가입을 해야 합니다.

놀이방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되나 시간이 매우 엄격하고 전날 예약해야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1부는 10시부터 11시 30분, 2부는 13시 30분부터 15시, 3부는 15시 30분부터 17시까지입니다. 한 달에 4번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돌 전 아기들은 하루 생활 패턴이 매우 불규칙적이라 놀이방 예약 시간에 맞춰가기 힘들다는 거죠.

전문강사 프로그램은 6개월 아기부터 참여가 가능한데 수강신청이 흡사 대학교 수강신청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11월 수업이라면 10월 20일 10시쯤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받는데요. 열리는 수업 수가 적은데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아서 1~2분 내로 다 마감이 됩니다. 저도 컴퓨터 화면의 시계 창을 띄워놓고 10시 땡 하자마자 수강신청을 눌러서 겨우 성공했습니다.

장난감 대여는 화, 목, 토요일에만 가능합니다. 대여 기간은 2주인데 장난감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회원가입을 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심곡본동 아이러브맘카페를 3번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는 놀이방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서, 두 번째는 전문강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 세 번째는 장난감 대여소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서지요. 그 뒤로는 지금까지 방문을 못(안)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보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지방의 군 단위에서는 둘째, 셋째를 낳을 때마다 목돈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돈이니까 돈을 지급한다'는 생각은 매우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가부장의 태도를 떠올리게 하고, 사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아닌 단순한 정책이나 경제 공식처럼 딱딱한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7~8명도 혼자 낳아서 다 키웠어. 밭 갈고 살림도 하면서. 요새 애들은 애 하나 갖고도 쩔쩔맨다니까"라며 혀를 찹니다. 하지만 7~8명을 낳아 혼자 키우다시피 한 할머니들은 절대로 그렇게 말씀하지 않습니다. 아이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며 힘들겠다며 진정한 위로가 담긴 눈길을 건네시지요.

아이는 여전히 가정에서'만' 양육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을과 함께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공간도 사라져 버렸기에 엄마들은 양육을 사설 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라며 계속 손 놓고 계실건가요? 함께 아이를 돌보고 키울 수 있는 아이맘카페 같은 곳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하나씩만 있다고 해도 엄마들이 아이 키우면서 느끼는 막막함과 외로움을 많이 줄어들 겁니다. 양육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덜어지는 거고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지요.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마음에 콕 하고 와 닿습니다. 아이는 결코 엄마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랄 수 없다고 봅니다. 식물이 자랄 때 적당한 햇빛과 질 좋은 토양, 또 적당한 바람이 있어야 쑥쑥 크는 것처럼 아이도 엄마나 아빠도 필요하고 조부모, 이웃집 사람, 또래 친구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혀야 더 잘 자랄 수 있을 겁니다. 아이 키우는 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더 많아져 아이 키우는 게 더 즐거운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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