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말

씨 뿌리는 말

생태계가 살아있는 대장 마을 이야기

 

부천 타박 로드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와 함께... 부천 전역을 타박타박 천천히 걸으며 이모저모 둘러 볼 수 있는 느린 길이다.

부천은 온통 회색 건물들의 숲에 둘러싸여 있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자동차들만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그런 도시이다. 그런 부천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열어주는 것은 멀미(원미산), 장자봉산, 매봉재, 성주산, 할미산, 함박산, 봉배산, 범바위산, 소탈미, 대장 마루, 동그랑재 등이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녹지를 자랑한다. 그 산을 가로 질러 둘레길이라는 것이 만들어져 있다. 산과 산을 연결하고 조금 남아 있는 들판을 연결해서 만든 길이다.

대장 마루, 동그랑재는 산 축에도 끼지 못한다. 너무도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만평이 넘는 대장들판이라고 하면 그 느낌이 달라진다. 넓은 녹지가 가득한 곳이 대장 마을, 섬말이다. 대장들판, 대장 마을, 섬말을 통과하는 둘레길이 있다. 그 둘레길을 도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대장 마을에 대한 호기심도 더 커져 간다. 대장 마을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대장들판이 언제 생겼는지... 대장들판으로 서해조수가 밀려들었는지... 굴포천의 역사는 어떤 것인지... 일제강점기 때 굴포천의 역사는 어떠했는지... 데부둑으로 불리는 동부간선수로는 어떤 모습인지... 대장 마루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은 어떤지... 섬말에서 바라보는 아침 일출은 어떠한지... 섬말에는 아기장사 이야기가 있다던데... 등등이다.

대장 마을 가는 길을 쓰면서 사계절을 함께 살았다. 시간이 나면 대장들판, 대장 마을, 섬말, 대장 마루, 동그랑재, 긴등, 꽃다리, 오쇠리, 동부간선수로, 꺼먹다리, 쌍수문으로 달려갔다.

천천히 걸으며 대장 마을 어르신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장들판에서 참게 잡던 이야기, 대장들판에서 새우 잡던 이야기, 대장들판이 수해로 가득 찬 이야기, 대장들판에서 모를 심던 이야기, 벼 베던 이야기, 벼 탈곡하던 이야기, 대장 마을 건너편 누른말에 있던 영화촬영소 이야기, 촬영소에서 영화를 촬영하다 심심해진 배우들이 들러서 칼국수 삶아준 이야기, 대장 마을, 섬말에 찾아드는 제비 이야기 등등이다.

 

섬말 한 가운데엔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친 집이 있다. 이 탱자나무엔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아 호랑나무들의 아파트, 펜션이 되었다. 탱자나무 이파리에 알을 낳고, 이 알들이 깨어나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에서 고치로 겨울을 보낸 다음 화려한 호랑나비로 탄생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렇게 대장 마을의 생태계는 살아 있다. 대장들판엔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많다. 우렁이들이 잡초를 먹고 자라 벼들이 튼튼하다. 항공방제를 하지 않으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다.

대장 마을에 대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은 다 쓰지 못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쓰려고 했지만 책 한권에 묶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대장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이 이야기 보따리를 여기에 풀어놓으면 한 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이 책에 실린 고리울내는 ‘고리울 가는 길’에도 실려 있다. 대장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울이어서 ‘대장 마을 가는 길’에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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