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가 박박 우겨서 시급을 만 삼백원으로 정했는데 제가 좀 끌려다닌 느낌이예요”

“휴가는 어떻게 정했어요?”

“노동자가 원할 때 쉬기로 하기로 정했어요”

“ㅋㅋㅋ”
 

▲ 부천여고 친구들이 근로계약서 작성 실습을 하고 있다

둘씩 짝을 지어 모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던 부천여고 3학년 6반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킥킥 거렸습니다.
부천여고 친구들이 각기 사장님과 노동자로 역할을 나눠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근로조건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유급휴가는 ‘원할땐 어제든’이라고 정하는가 하면, 최저시급 언저리인 패스트푸드점 근무자 시급을 1만원으로 정하는등 현실에서 꿈꾸기 어려운 근로조건이었지요.
그러나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역설하며 사장님에게 시급 1만원 지급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했습니다.

저희 한국노총 부천상담소는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와 함께 수능시험이 끝난 부천지역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2월까지 부천여고와 소명여고, 소사고,원종고의 수백명의 학생들과 함께 합니다.

“노동과 노동자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뭐가 떠오르나요?”

“노동자는 득이 없다”, “노동자는 거지이다”, “노동자는 외국인이다”

평택지역의 비정규센터에서 조사한 중학생 대상 노동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여주자 학생들은 탄식을 터뜨립니다. 범죄 용의자의 몽타주를 설명하며 ‘노동자풍’이라고 묘사한 경찰의 전단지를 보고는 모두가 외칩니다.

“헐~”

최순실, 이건희와 같은 부모를 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학생들은 앞으로 최소 40년을 노동하며 노동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에 사회의 시선이 이처럼 형편없는 것을 느끼고는 크게 놀랐습니다.

기존에 학생들에게 근로기준법을 해설하는 교육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교육에서는 우리사회의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진정한 가치를 되새겨 보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월급 80만원의 중구청 청소원들이 4년간 1300만원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한 사례와 월급 6천 6백만원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부회장이 ‘갑질’ 행동으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례를 비교하며 임금수준이 인격이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누구는 수능을 치르고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을 것이고, 누구든 수능을 망쳐 대학진학에 고배를 마시고 재수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들의 강의가 이들에겐 큰 도움이나 위로가 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노동하며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기하학과 백터, 영어독해 만큼이나 중요한 ‘노동’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되새겨 보고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알았던 자리인 만큼 삶에서는 큰 영양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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