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러 오는 동네 사람들도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마을 카페 ‘소란’에서

동네미술 ‘란’ 을 만난다는 것

 

11월 13일 일요일 저녁, 마을 카페 ‘소란’이 소란소란하다. 다음날인 14일 월요일에 마을에서 미술 모임 ‘동네미술 란’의 작은 전시가 열려서 작품도 가져다 놓고, 저녁 음식과 술안주 이야기,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수다를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미술 란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동네에서 그림모임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송내동에서 오랫동안 살고 계신 화가 하드(박영균)에게 부탁을 하여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 그려볼까 하는 사람, 못 그려서 뭔가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 혹은 시간이 좀 있는 사람 각양각색의 이유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다.

7월부터 17주 동안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드는 그림을 많이 보여주고, 많은 미술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나서 그림을 그린다. 매주 그랬다. 그러면서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나를 만다는 것이라는 것을 느껴가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가장 자신 없는 것 중 하나가 그림이었다. 그 사실은 이 모임을 하면서 더 명확히 알게 됐다. 첫날 드로잉을 하면서부터 나는 균형도 안 맞고, 작고 소심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를 보며 속상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대담하고, 즐기면서 그린다. 그 모습이 부러웠다.

 

그러니까 나는 그림을 잘 못그리는 내 모습에 실망한 것 보다, 잘 그리는 것에 집착하여, 이 그림 그리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답답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란에서 내 모습을 두 번 그렸다. 한번은 거울을 보고 그렸고, 한번은 사진을 가지고 팝아트로 그렸다. 그런데 나는 두 그림의 분위기가 다르다. 한 개는 어둡고, 불안해보이고, 다른 한 개는 그래도 밝은 모습이다. 나는 나중에 알았다. 그림을 그릴 때 내 마음과 그림의 분위기가 같다는 것을. 그러니까 잘 그리고 못 그리고 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자화상을 보면 그 사람이 그 그림을 그릴 때의 생각, 느낌, 마음, 자신감... 이런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만난다는 것은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시간이다.

하드가 그림을 그릴 때 자세히 보라고 한다. 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빛도 보이고, 어둠도 보인다고 한다. 밝게 하려면, 어둠을 이용하고, 어둡게 하려면 빛을 이용하라고도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느끼며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란은 그런 모임이었다.

나는 17주의 란 활동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모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를 직면했고, 집중할 수 있었고, 미술에 대한 많은 지식과 생각을 얻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그린 그림을 마을 카페 소란에 전시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소란에서 우리와 우리를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 란이 궁금한 사람들이 모인다. 차를 마시러 오는 동네 사람들도 작품을 볼 수 있다. 마을이어서 가능한 이 상황이 자랑스럽다.

글·사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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