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노동자의 임금은 누가 지급 할 것인가?

 저는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용역노동자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저와 동료 한사람, 둘이서 일하고 주야근무 교대로 경비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는 저 말고도 미화용역노동자들,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 주차관리 용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용역 업무는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공개입찰 형태로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용역입찰로 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하는 경비업무에 대한 용역업체 선정은 이상합니다. 용역업체에 용역을 주는 기간이 지난해 2월21일부터 올해 2월20일까지 1년으로 정했습니다. 그에 따라 저와 다른 동료 한사람은 지난 용역업체와 ‘2016년 2월21일부터 2017년 2월20일’ 까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습니다. 1년의 기간에 대하여 퇴직금도 지급받았습니다. 전(前) 용역업체와 도급관계가 끝나면 국토교통부에서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동안의 관례대로라면 ‘2017년 2월21일부터 2018년 2월20일’ 까지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토교통부와 용역업체는 2월21일부터가 아닌 2017년 2월22일부터 2018년 2월20일까지 용역기간을 계약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용역업체는 우리들에게 근로계약기간을 2월22일부터 내년 2월20일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가요?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용역노동자가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매년 년 말이나 년 초가 되면 용역노동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의 선정에 가슴을 졸이며 숨죽이고 지켜보곤 합니다. 발주기관이 실상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용역업체는 그들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지만, 형태는 용역업체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혹시나 임금이 삭감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도 있고, 노동조합을 했다고 눈 밖에 나서 근무지가 바뀌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위의 상담에서는 두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2월21일의 임금입니다. 전(前)용역업체의 용역기간도 아니고 새로운 용역업체의 용역기간도 아닌 그날의 임금은 누가 지급해야 하나요? 국토교통부에 물어보아도 자신들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용역업체 역시 자신들은 국토교통부와 계약한 날짜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지 ‘2월21일’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바뀌는 줄도 모르고 그저 주야로 일만했는데, 국토교통부와 용역업체가 그렇게 계약을 맺어놓고 자신들은 모른다고 합니다. 내년부터는 제대로 계약할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퇴직금문제입니다. 새로운 용역업체는 계약기간이 1년이 안 된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근로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내년 2월20일이 되어서 1년 미만을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명, 발주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용역원가를 산정하면서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 관리비, 이윤까지 용역비로 지급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직접노무비에는 기본급여와 각종수당,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용역업체가 1년 미만을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용역업체의 이윤이 될 것입니다.
 과연 국토교통부는 ‘실수’로 계약날짜를 하루 빼먹었을까요? 설령, 실수로 그렇게 했다면 다시 계약날짜를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용역원가를 계산하면서 365일로 계산하고 12개월에 대하여 계산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용역업체를 불러 2월21일부터 용역도급기간을 정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2월21일 임금도, 퇴직금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잘 모르겠다고 발뺌하면서 내년부터는 제대로 하겠다고 하는 태도는 뭘까요? 용역업체로부터 뭔가 물질적인 도움을 받았거나 용역노동자를 우습게 알고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이유입니다.
글 | 이종명(부천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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