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승객들의 안전보다 사건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진실을 외면한 언론들이 뭇매를 맞았다. 구조는 엉성하다 못해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 당국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관련 부서 간에 서로 떠넘기며 남을 탓한다.

부천 상동에 위치한  'ㅅ'고등학교 학생들도 이 슬픔에 동참하여 4월 28일에 학교 정문과 후문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승객들과 실종된 승객들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한아이(가명. 19)는 “먼저 학생회에서 의견을 냈고 사비로 리본을 사서 달았어요.”라고 말했다.

학생회가 시작하자 다른 학생들도 이 움직임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곧 학교 측과 부딪치게 되었다.
“이틀 뒤 교장선생님이 자기한테 말도 안하고 리본을 달았다고 화를 내셨어요. 또 수업 중에도 리본을 달러 나가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철거하라고 했죠. 그래서 학생들이 그 리본을 교실로 옮겼어요.”

아이는 “리본은 좋은 의도로 단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이는 올 3월에 'ㅈ' 학교장이 취임한 뒤 학교가 이전 분위기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번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시고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어요. 농구 골대를 교체했는데 이걸 가지고 테이프 커팅식을 한 거예요. 그때 학부모님들 초대한다고 학생들에게 어찌나 청소를 시키는지요. 학교건물 벽도 깨끗했는데 알록달록한 색으로 페인트칠하더라고요. 급식비도 300원씩 올랐어요. 근데 급식이 맛이 없어졌어요.”

이 모든 일은 불과 2개월 안에 이뤄진 일이라고 한다.
“전에 계셨던 교장선생님은 학교 안을 자주 돌아다니셨어요. 우리와 마주칠 때마다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고 친근했죠. 그런데 이번 교장선생님은 취임식 이후로 얼굴을 뵌 적이 없어요. 사실 이름도 잘 몰라요.”

아이는 학교가 자신들을 이해해주길, 그리고 강압적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구골대 교체와 건물 벽 페인트칠에 돈을 쓸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정말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학교 환경이 어떠하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이 리본을 강압적으로 철거하기보다, 학생들에게 철거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설득했다면 교장선생님이 이렇게 밉진 않았을 거 같아요. 우리가 어리다고 아직 덜 성숙하다고 무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한국사회는 현재 큰 혼란에 빠져있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정부의 방관적인 태도에 국민들은 상실감과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나마 남아있던 정부에 대한 신뢰감마저 사라져버렸다. 먹통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그 무엇보다도 듣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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