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정치게임이 아니라 진실게임이었네

 이보게 친구

이번 사태는 정치게임이 아니라 진실게임이었네
 
글 | 박태근 조합원
 
 
  이보게 친구, 요즘 자네와 현 시국 문제로 자주 페북(Face Book)에서 부딪히게 되어 마음이 아프고 괴롭네. 자네는 탄핵당한 전 대통령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고 난 그렇지 않으니 사사건건 부딪힐 수 밖에...
 
  요즘 자네의 담벼락을 보면 한 사람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관용에 대해 경탄을 금할 수 없네. 우리가 모두 자기 자식들에 대해 그런 사랑과 관용으로 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 그 사람 편을 들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반면에 누군가가 미우면 무슨 말을 하고 행동을 하던 미운 꼬투리를 잡게 마련이지.
  그런데 자네의 관용은 참으로 위험하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아직도 권위주의가 팽배한 곳에서는 일반인들이 권력자들을 쉽게 관용해서는 안되네. 그런 관용의 자세가 권력자들의 파시즘을 한층 강화시켜주기 때문이지.
 
  이번 사태는 원래 정치게임이 아니라 진실게임이었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가? 누가 사실을 은폐하는가? 그걸 밝히자는 게임으로 출발했던 거지. 그런데 게임 당사자증 한쪽은 계속 팩트를 말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계속 부인을 하고, 순수한 일반 국민들을 좌익으로 몰아갈 뿐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도 않고,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직접 나서서 소명하지도 않았다네. 결국 진실게임으로 풀어갈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고 대신 상황을 정치게임으로 몰고 갔다네.
 
  다시 말하지만 이 상황을 진실게임이 아닌 정치게임으로 몰고 간 것은 박근혜전대통령 자신과 그 추종자들이란 말일세. 왜냐하면 진실게임에선 이길 자신이 없었거든. 그러니 어떻게든 정치게임으로 몰아가서 누가 올바른지가 아니라 누가 세싸움에서 이기느냐의 승부로 몰고 간 거지.
  차라리 그쪽이 승산이 있다고 본 거겠지. 세싸움이란 누가 국민들을 납득시켜서 더 자기편으로 끌고 오는지의 싸움 아니겠나. 정치싸움으로 몰아가면 더 이상 진실이나 사실이 중요해지지 않고 이미지 정치와 선동이 난무하면서 흑색선전과 온갖 더티 플레이들이 등장하면서 급기야 양비론이 등장하곤 하지 않던가.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정치게임으로 갈수록 빨갱이 프레임이 빛을 발하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해오지 않았나. 다시 말하지만 이건 야당이 정치게임으로 박근혜전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게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가 그쪽으로 몰고 간 것이란 말일세.
 
  그런데 말일세. 일단 정치게임으로 몰아갔으면 어쨌든 그 게임의 룰을 존중해야하는 것일세.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란 것이 아예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니까. 정치게임의 벼랑까지 가서 졌다면 이제 룰에 따라 승복해야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치게임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눙치고 이제 와서 다시 진실게임으로 돌아가자고 하니 얼마나 치졸하고 우습냔 말일세.
  게다가 애당초 진실게임에선 이길 수 없는데도 정치게임에서의 패배를 승복하기 싫어서 다시 진실게임으로 가겠다고 말은 해놨는데 막상 그리 갈 수는 없고, 이제 마냥 벙커에 파묻힌 채 애꿎은 지지자들만 총알받이로 내세운 채 비열한 정치게임을 계속해나갈 것이 빤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자네는 이성의 힘으로 여기까지 끌어온 대다수의 국민들을 광기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폄하하고 눈 먼 자신만이 이성을 갖고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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