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은 '설렁탕 공짜'

 

글 | 한효석 조합원(담쟁이추억 대표)

  이화여대 재학생에게 3월말까지 설렁탕을 공짜로 드립니다. "정유라 학사 비리" 금맥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 파면" 노다지로 연결시킨 일등 공신입니다.

  이렇게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설렁탕을 공짜로 주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던 3월 10일 저녁 페이스북에 공지했는데, 오늘 20일까지 아직 한 사람도 안 왔습니다. 아는 분이 딸과 그 친구들을 보내겠다고 했으니 우리 가게가 곧 이대생에게 설렁탕을 공짜로 대접할 수 있겠죠?

  2016년 7월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가 추진하는 "미래라이프" 사업에 반대하며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단과대학을 만들어 고졸자, 실업계 출신 여성 직장인을 상대로 한 학기 500만원쯤 되는 학비를 받으려고 했어요. 물론 정원외 입학이며 직장인이 이 과정을 마치면 이화여대 졸업생이 되는 거죠.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배우 김혜수가 영화 속에서 뱉은 대사입니다. 이대졸업자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말이며, 우리 사회에서 이대 졸업장이 지닌 위상을 보여주는 말이었어요.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은 즉각 반박하였죠. 미래라이프 계획이 이대 졸업장을 팔아먹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정당하게 노력하여 입학하고 졸업한 수많은 사람들을 모독하는 거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학생들이 농성하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정유라에 베푼 각종 특혜가 드러났습니다. 이대 입학 과정도 석연치 않고, 이대 재학 중에 학교를 제대로 출석한 적이 없는데 담당교수가 대신 과제를 제출하거나 대리 시험을 치러 학점을 주었습니다.

 해외로 나갈 때는 이대 교수들이 정유라를 공주님 떠받듯이 모셨구요. 그 탓인지 이대는 정유라 입학 이후 각종 연구과제가 채택되어 정부 예산을 듬뿍 받습니다. 9개 중 8개를 이대가 추진했다는군요.

 알고보면 미래라이프 사업도 총장과 학장, 입학처장, 담당교수들이 정유라 입학 이후 아이디어를 얻어 추진한 사업 계획이었을 겁니다.

  "야. 이거 봐라. 이대 졸업장이 큰 돈이 되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정유라에게 이대 졸업장을 주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 쓰고 우리에게 비리를 강요하는군요."

 "그러게요. 그 덕분에 정부에서 엄청난 예산을 지원 받았어요."

 "이참에 이대 졸업장을 일반인에게도 비싼 값에 팔아보죠."

  2016년 7월에 이대생들이 이런 미래라이프 사업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의 부당한 학사 개입뿐만 아니라 각종 국정 농단이 폭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벌어진 일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들은 그대로이구요. 

 1960년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모가 마산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를 경찰이 무자비하게 진압하였고요. 4월 11일 마산상고 김주열 학생이 최루탄이 눈에 박혀 죽은채 발견됩니다. 이게 도화선이 되어 419의거가 일어나고 이승만이 4월 26일 대통령직에서 하야를 선언합니다.

 2016년에 이화여대생들은 진압 경찰에 맞서 평화시위를 선언하며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노래를 부릅니다. 시위 주동 세력도 없이 모두 주동자가 되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채 서로서로 팔장을 끼고 진압하려는 경찰 앞에서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되었던 겁니다.

  이런 이화여대 평화시위가 도화선이 되어 1000만 평화 촛불 시위가 벌어지고 그 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습니다. 유투브에서 그당시 장면을 찾아 보세요. 대치한 젊은 경찰이 그 노래를 들으며 슬쩍 눈물을 닦는 장면도 지나갑니다. 지금 봐도 감동적이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이런 이화여대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지금 "다시 만난 세계"를 누립니다. 이러니 기성세대인 제가 미안하고 고마워서라도 설렁탕 한 그릇 대접하고 싶지 않겠어요?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