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의 경제공약 비교

 19대 대선의 경제공약 비교 

유연한 경제철학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야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레이스가 짧을 수 밖에 없는 이번 선거의 특성상 후보 간 공약 비교나 검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의 경우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진보적인 공약을 다수 제시함에 따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간의 차별화도 크지 않아 보인다.
 즉, 재벌 개혁, 중소기업 지원,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가계부채 대책 등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은 홍준표 후보만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규제프리존법이나 일자리 확충 방안 등 각 후보 간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짚어볼 부분이 있다.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항상 옳다?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철폐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를 전봇대에 비유하여 뽑아버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고, 박근혜 정부는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규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낸 사건들을 돌아보면 이런 접근이 과연 적절한가 의문이 든다. 세월호의 문제는 노후선박 운용에 대한 규제, 선박 증·개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작되었다. 가습기 살균제 역시 사람이 호흡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하여 꼭 필요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적절한 규제가 존재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이다. 세월호처럼 노후화되고 부실한 선박이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9명을 포함한 304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지 않았다면 ‘안방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안타까운 희생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기업윤리 의식이 매우 약하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란한 산업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현상에는 명과 암이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를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규칙을 지켜가며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문화로 성숙되지 못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규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의식, 규제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가 있다. 없어져야 할 규제도 있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규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현 시점의 우리나라의 기업윤리 의식이나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규제를 바라보는 인식에 균형감을 가진 대통령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는 민간 주도?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해법에 대해서도 각 후보 간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고 있다. 그러한 차이의 기저에는 경제 문제를 민간 주도로 해결할 것인지 정부 주도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지 않다. 민간부문이 항상 효율적이고 공공부문은 비효율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공공부문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그것이 상품이든 서비스든 품질이 좋지 않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꼭 그런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보육시설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많은 부모들이 국공립 보육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다.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맞벌이 부부에 우선권이 돌아가기에 어쩔 수 없이 민간 보육시설로 발길을 돌린다. 보육시설에 있어서는 민간부문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부문이 나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선입견이 들어맞지 않고 있다.
 200년 남짓한 자본주의 역사를 긴 안목으로 봐도 그렇다. 시장이 항상 효율적이고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하지는 못했다. ‘시장의 실패’라는 현상이 두드러질 때가 있었고, 그때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20세기 초에 발생한 대공황 시기에 케인즈 경제학 또는 뉴딜 정책이라고 불리우는 정책들이다.
 반대로, 그러한 정부의 개입 역시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부 또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이 비대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실패’가 발생하면 다시 시장의 역할을 키우는 방향으로 조정하게 된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저울의 균형을 맞추듯 그 상황에 맞게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조정해 온 것이 자본주의 역사의 진행과정이었다.
 현재의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서 드러나듯 그동안의 과도한 시장중심 경제, 민간주도 경제의 부작용이 발생한 상황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고, 공공부문의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OECD 평균과 비교하면 공공부문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특징도 있다. 보육, 요양, 의료 등의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공공부문의 역할을 확대해야 할 필요도 있다. 자본주의 역사 관점에서 접근하든, OECD 국가의 평균과 비교하든 정부의 역할이 일정정도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을 확대하면 무조건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어쩌면 이 두 가지 문제는 경제문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관련된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하는 철학이 필요하다. ‘규제는 무조건 나쁘다’ 또는 ‘민간부문이 항상 우월하다’는 편협한 철학에 사로잡혀 있는 대통령으로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
 
 
글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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