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의 ‘그만둬’ 라는 지시는 해고일까요?

  요즘 여기저기 아파트 건설현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은 아파트를 한 두동 짓는 경우도 있지만, 범박동이나 옥길동, 은계지구처럼 대단위로 짓는 곳도 있습니다. 아파트가 다 지어지면 주민들이 입주해서 살게 됩니다. 주민들이 살게 되면 아파트 경비노동자나 미화노동자가 고용되어 일하게 되고요. 요즘의 많은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자회의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보다는 용역업체에 위탁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다가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그만두면서 부당해고를 다투었던 사례입니다.

  지난해 12월15일, 아파트경비원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간 홍길동씨는 다음날부터 출근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업무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격일제 근무입니다. 다음날, 첫 출근하는 길에 버스라든가 대중교통에 대한 숙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까닭에 홍길동씨는 40분쯤 지각을 하였습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을 담당하는 팀장은 홍길동씨에게 지각에 대한 추궁을 하면서 ‘이런식으로 첫날부터 지각을 한다면 함께 일하기 어렵다.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홍길동씨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팀장이 고압적으로 말하는 것이 불쾌했지만, 그래도 10분이라도 늦은건 늦은거라서 참았습니다. 그런데 몇 일 지나지 않아서 홍길동씨는 또 지각을 했습니다. 그러자 팀장은 다시 한번 야단을 치면서 ‘이렇게 지각이 잦으면 안 된다. 더 좋은데 있으면 알아보라’ 고 했습니다.

  이런 팀장과 홍길동씨의 대화사이에서 양쪽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홍길동씨는 첫날 지각을 40분쯤 했고, 두 번째 지각도 10분쯤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팀장은 첫날은 2시간을 지각했고 둘째 번은 40분쯤 지각했다고 주장합니다.

 홍길동씨: 둘 사이의 대화에 있어서 홍길동씨는 팀장이 첫날부터 이렇게 지각하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지각을 했을 때에는 자기에게 그만두라고 얘기하는 것과 함께 반장을 불러 홍길동씨의 근무복과 모자를 모두 회수하라고 시켰다고 주장합니다.

 팀장: 팀장은 첫 번째 지각을 했을 때 조심하라고 주의을 주는 입장에서 얘기했을 뿐 그만두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두 번째 지각을 했을 때에도 주의를 주니까 홍길동씨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자진해서 얘기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의 지각이후 홍길동씨는 팀장이 자신을 강제로 그만두라고 지시를 했기 때문에 사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요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해고를 다투는 과정에는 서로간의 이견이 있고 자신의 생각대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둘만의 사이에서 벌어진 대화만을 가지고는 사실이나 진위를 알고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해고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되어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해고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필요합니다.

 해고를 시킬만한 사안인지와 절차에 따르고 있는지, 그리고 해고의 수준이 적정한지, 서면으로 통보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각을 두 번 했다고 해서 해고를 했다면, 이는 과도한 징계양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홍길동씨는 팀장과의 대화에서 그만두라고 강력한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상황이 녹취되어 있거나 아니면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구두로 해고를 지시하거나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에 힘들어도 노동자는 그러한 정황을 증거로 남기거나 적어도 서면으로 해고를 통보받기까지는(또는 출근을 물리적으로 막기까지는) 출근의 의사를 계속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 | 이종명(부천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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