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님과 참새 그리고 당연지사(當然之事)

 

 

  달구님들 모이의 많은 양은 참새들이 먹고 있는 것 같다. 재빠른 참새는 작은 틈을 이용해 달구집으로 들어가 모이를 먹다 인기척이 나면 너무나 빠르게 달아난다. 그 빠름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남음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달구집엘 드나들며 식사를 하는 참새들이 100여 마리는 훨씬 넘어 보인다. ‘새 그물을 치면 하루에 수십 마리 이상은 잡아서 술안주를 할 수 있겠는데’ 하는 못된 생각도 가끔 한 적이 있었다. 이 기민한 참새 한 마리를 잡았다. 좀 어려보이는 한 마리가 내가 다가갔는데도 달아나지 않고 모이통 앞에서 정신없이 모이를 먹다 나에게 잡혔다. 이 녀석도 나처럼 좀 모자란가 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달구님들은 자기들의 영역에 떼거지로 몰려와 자신들의 모이를 마구 먹어대는 참새들을 쫓거나 건들지 않는다. 새끼 병아리를 쳐다보듯이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처음엔 그런 달구님들의 모습이 낯설고 모자란 녀석들처럼 보였는데, 이젠 보고 있으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자연 속에서 자기들 먹을 만큼 먹었으니 나눔을 실천하는 건가. 아니면 그런 개념조차 초월한 자연의 지극한 당연지사인가!

  우리 어리석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의 당연(當然)한 일인, 당연지사(當然之事)를 가지고 나눔이니 베품이니 하며 요란을 떠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아무튼 내가 본 참새는 그 작음으로 인해 자유로운데 나는 참새처럼 작아지는 법을 알지 못해 하루하루가 고단하다..." (계수 형님)

  기민한 참새가 달구집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달구집 망은 구멍이 작은 것으로 바꾸고 들어갈 만한 공간을 모두 막아버릴까 고민하다가 그냥 두기로 하였다. 참새는 놓아주니 좋다고 날아간다. 잠깐 대추나무 가지에 앉았다 날아간 건 놓아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였다고 생각하자. 잘 살거라. 또 잡히지 말고... 이 녀석은 앞으로도 계속 달구집으로 모이를 먹으러 올 것 같다. 참새 녀석들은 알고 있으리라. 내가 '허당선생'이라는 것을...

 

 

글·사진 | 김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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