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비에 젖다

 

시 | 박수호

 

비에 젖고 있었다.

 

십수 년의 세월을 건너와

열일곱 살로 웃고 있었다.

지상에서 가장 하얀빛이

소년의 치아에 잠시 머물렀다.

방안으로 들어서려다 말고

젖은 신문지처럼 담벼락에 붙어

지난 시간의 물기에 젖고 있었다.

 

 

 
 박수호의 시집 『목련 비에 젖다』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파주 출판공방에서 활판으로 인쇄되었으며 시집에 사용된 종이는 책 발간을 위하여 고감한지에서 제작되었다. 이미 사라진 활자를 복원하여 우리 전통한지에 또박또박 눌러 쓴 글씨 같은 느낌의 시집에는 5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에는 시 창작의 여러 기법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시인 박수호의 소박한 삶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 시편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과 ‘자기 성찰의 자세’다. 이러한 자세는 시인의 연륜이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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