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지구마을’ 이야기

역곡 마을서 크는 나무

‘어린이지구마을’ 이야기 

 
 

  어느 날, 큰딸 짝꿍이 북 콘서트에서 우쿨렐레 공연을 하게 됐다며 함께 해보자고 청했다. 딸아이는 짝의 부탁대로 함께 연주했는데,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모임에 계속 가고 싶어 했다. 석 달을 기다린 끝에 딸은 정식 회원이 되었다. 딸의 ‘어린이지구마을’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벌써 3년이 흘렀다.

  처음엔 그냥 즐거운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배우는 간단한 모임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달에 두 번씩 수업에 스며들다 보니 아이 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가족공동체였다.

  입단한 첫 해 3월 ‘세계 물의 날’에는 각 가정마다 물을 아끼자고 아주 작은 대야에 물을 받아쓰는 실천을 했다. ‘기상의 날’에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배우고 우리들 주변의 ‘물발자국’이 많은 물품을 배우고, 발자국 줄이는 생활을 시작했다. 4월 식목일과 ‘지구의 날’에는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자며, 옛 사람들은 진달래꽃을 안심하고 먹었지만 요즘엔 공해와 농약으로 그렇게 못하는 환경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달래며 장미, 베고니아, 팬지 같은 식용꽃을 구해 꽃비빔밥을 해 먹었다. 요즘 아이들이 언제 쉽게 꽃을 먹어보겠는가! 아이들은 즐겁게 꽃을 손질하며, 환경을 사랑하자고 약속했다.

  5월엔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하며, 아동노동과 착취를 하지 않는 공정무역 축제에 참여해서 공정무역을 배우고, 남을 학대하며 만든 걸 먹지 않기로 했다. 그 후론 초콜릿 하나라도 무턱대고 사 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실천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지킬 때의 기쁨은 더 커갔다. 지구마을 가족은 그밖에도 ‘협동의 날’ ‘에너지 절약의 날’ ‘농업인의 날’ ‘인권의 날’ 같이 지구와 사람을 사랑하는 날들을 기념하고 그에 맞는 실천을 하려고 노력한다.

  올해는 또 어떤 수업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해 ‘자원순환의 날’에 ‘오래된 물건 자랑하기’ 페스티벌을 했던 생각이 난다. 할머니 때부터 전해진 100년 된 절구를 자랑한 1등 가족을 모두 부러워하며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구마을은 이런 기념을 하며 5년째 운영되고 있고, 원년의 멤버 중에는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기도 했다. 딸애도 어느새 선배로서 저학년 신입생들의 ‘이끔이’를 하고 있다. 지구마을에 들어와 새롭게 배운 상식들을 쉽게 가르쳐 주고, 팀별로 예습하고, 배운 뒤 실천하려면 어려움도 있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달리 오히려 그 어려움을 즐기고 있다. 6살 어린 동생부터 6학년 언니, 오빠들까지 수업에 빠지지 않는 건 물론 종이나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으려 스스로 ‘수저, 자기 컵, 손수건’을 챙겨 다닌다. 물과 전기를 아끼는 생활을 습관화하여 오히려 엄마에게 아끼라고 말하니 어른인 엄마가 오히려 반성하게 되니 놀랍고 대견하다.

  올해도 어린이지구마을은 ‘인권캠프’로 새해를 시작하고, 2월엔 눈 덮인 산에 가서 ‘배고픈 숲 친구 먹이주기’ 활동을 했다. 솔방울에 씨앗을 넣어 가지에 걸어두고 오며 과연 먹을까 조마조마 하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또 3월에는 더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자는 세계적 행사인 ‘어스아워’ 행사에 다같이 참여했다. 전기를 끄고 초를 켜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신비로운 느낌도 있었다. 각 가정에선 지구를 위해 기도를 하거나 형제자매가 나란히 엎드려 어항의 물고기와 대화도 하고, 모처럼 아빠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그 시간이 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 행사는 별을 바라보며 치렀던 ‘한여름밤의 북콘서트’처럼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작년엔 가족별로 실시했던 ‘내 나무 심기’ 행사를 올해는 단체로 참여했다. 함께 가니 가족끼리 갈 때보다 보람이 더 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날 진달래동산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 앞에 ‘지구마을’이란 네 글자를 명패에 적어 넣으며 모두 싱글벙글 했다.

  앞으로도 어린이지구마을은 한 뼘 더 자란 마음으로 지구를 위한 기념일을 축하하고, 사랑할 거다. 우리에겐 이 날이 매 해 맞는 명절과도 같다. 그 날들에 선생님이 퀴즈를 내실 텐데 아이들이 얼마만큼 자란 답을 할까, 사뭇 기대된다.

  형제자매가 다 모여 공부하는 이 유별난 공동체가 큰 나무로 자라길 바라며, 지구마을을 만들고, 지도해 주시는 고정임 선생님과, 장소를 제공하고, 월 1회 간식을 선물해 주는 경기두레생협에 감사드린다. 5명으로 시작한 회원이 5년 새 25명이 되었고, 엄마들도 참관만 하지 않고 선생님의 뒤를 이어 아이들의 수업에 협조교사로 참여하고 있으니 아이는 물론 엄마들도 이 마을에서 나무처럼 자라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부디 ‘지구마을’의 활동이 지구의 행복이 되길!

 

 

 
 
 
 
 
 
글·사진 | 신선옥(‘어린이지구마을’ 민들레팀 이끔이)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