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 백석白石 본명은 백기행.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1912년 출생하였다. 오산중학과 일본 도쿄 아오아야 학원을 졸업하였다. 1935년 조선일보에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1936년 첫 시집 ‘사슴’을 출판하였다. 방언을 즐겨 쓰면서도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모닥불’ ‘고향’ ‘여우난골족’ ‘팔월’ 등의 대표작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서정시들이다. 토속적, 민족적이면서도 특이한 경지를 개척하는 데 성공한 시인으로, 8‧15 광복 후에는 고향에 머물렀다. 1995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제공: 다산북스)
2005년 출간된 이후 4년간, 13쇄를 찍으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백석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산책방, 백석)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출간 이후 4년간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2만 7천여 권이 팔려나간 스테디셀러이다. 기존에 출간되거나 후에 나온 여러 종의 백석 시집과 전집이 학술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시집은 오로지 시집으로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다는 점에서 백석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각 시마다 고유어를 간단한 주석으로 해설하여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현대 맞춤법에 맞추어 재구성되었지만, 백석 시인 고유의 토속어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번 개정판에 새롭게 추가된 정철훈 기자(국민일보)의 ‘백석을 찾아서’에는 백석 시인의 유년시절과 대표시들이 탄생하던 시기의 삶과 작품에 담긴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유난골족’에서 지내던 시절부터 1945년 해방 이후 고향 신의주로 돌아간 시절까지의 이야기들은 백석의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백석 시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했다고 평가 받는 안도현 시인의 ‘‘나와 나타샤의 흰 당나귀’의 나타샤에게’는 시에 등장하는 여인 ‘나타샤’에게 쓴 편지글이다. 안도현 시인은 이 글을 통해 백석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백석의 ‘나타샤’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어 시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시집에는 백석의 시 중, 널리 알려진 시편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흰 바람 벽이 있어’ ‘여우난골족’ 등을 포함해 9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평안북도 정주 태생인 백석은 우리의 잃어버린 영토에 깔린 북방정서를 평북 방언의 질감을 통해 보석처럼 갈고닦음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미학적 깊이를 더해주었다.

백석은 재북在北시인인 탓에 우리 문학상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다가 1988년 납·월북 문인 해금 조치 이후에야 조명받기 시작했다. 백석은 ‘이 땅의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며 한국 현대시 100년 최고의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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