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와 방조망, 그리고 상생과 공생

 
 
▲ 허수아비 인형이 새들 쫓을 생각은 안하고... "아이고 신난다. 주인 형 없으면 내가 다 따 먹어야지... 새들 오면 안 쫓을거야. ㅋㅋ 블루베리 최고야!" 하는 것 같습니다.
 
  블루베리가 익어가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수확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가끔 들르는 충청도 형네 농장의 블루베리도 이제 수확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블루베리를 재배하시는 분들은 열매가 익기 시작할 때 쯤 이면 다들 고민을 할 것입니다. 다른 무엇 보다, 얄밉게 열매를 따먹거나 상처를 내는 새들로부터 소중하게 키운 열매를 지키는 일입니다. 해서 어렵게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방조망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꽤 넓은 블루베리 농사를 하시는 형은 방조망을 치지 않습니다. 형은 방조망을 치지 않고 새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주며, 자연과 공생하며, 블루베리를 재배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새가 따먹거나 상처내는 블루베리를 보면 아깝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형과 방조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방조망을 치지 않고 키워내는 형의 블루베리는 생협에도 들어가는 아주 맛있는 블루베리입니다. 인증이란 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인증 받은 유기농에 착한 가족의 마음을 더한 블루베리지요. 사람이 맛있는 것을 알듯이, 새들도 맛있는 것을 알고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따먹지요.
 
▲ 이렇게 한 그릇 담아 새들에게 대접하면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블루베리가 익어갈수록 몸과 마음은 바빠지는데, 새의 공격으로부터 귀한 열매를 보호하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방조망을 설치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농부님들에게 어쩌면 방조망은 계륵과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새가 따먹지 못해 이득인 듯 보이나, 작지만 햇볕을 막기도 하고, 바람의 흐름을 막아 강제로 숙기가 당겨져서 맛이 없고 과가 제대로 크지 못해 저울로 큰 손해인 면도 있겠지요. 아울러 열과도 심해지고요. 동물에게도 식물에게도 햇빛과 바람의 흐름은 성장에 참 중요하지 싶습니다.
  방조망을 설치할 수 밖에 없는 처지는 각자가 다르겠지요. 규모가 작은 농장에 극성맞은 새들까지 많다면 정성껏 돌본 열매를 새들에게 다 빼앗기기도 하니 그 마음을 어찌 이해 못하겠는지요. 새들이 남기지 않고 블루베리를 싹 쓸어가기도 하니 말입니다. 방조망보다 나은 대안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충청도의 형은 풀을 키워 땅도 살고 미생물도 살고 두더지도 살고 사람도 건강히 살게 하고 있으니... 그냥 적당히 새들에게도 주고 일하시는 분들도 적당히 따서 드시게 하면서 수확을 하십니다. 새들도 맛있는 것을 아니 적당히 같이 먹고 살아야지요. 새들이 먹고 남는 것을 따서 가족과 지인들이 좀 먹고 판매를 해도 농사를 지을 만 하다고 하시더군요. 현재로선 새들을 막는데 완벽한 방법은 없는 듯 합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거나 내주는 것이 세상이치 이고, 유기농에서 공생과 상생은 기본 철학이 되어야 할 듯 합니다.
 
▲ 허수아비야 나 잡아봐라~~~ 하는 것 같습니다.
 
  '허수아비'와 사과 과수원에서 많이 쓰는 '반짝이' 등도 사용해 봤거나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효과가 좀 있는 것 같지만 새들도 머리가 있으니 약아져서 서서히 무시하지요. 허수아비야 나 잡아봐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새는 한 술 더 떠서 완전 무시하는 것 같더군요. 영특한 녀석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아주 훌륭한 장사꾼쯤 되려나요. 어쩔 수 없어~ 총으로 잡거나 농약을 써서 죽일 수 있겠지만, 그러면 안되는 일이겠지요.
 
  어려서부터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께 들어오던 말이 있습니다. 옛날 '농부님들은 콩을 심을 때 3알을 심었다. 1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또 한 1알은 땅속의 벌레가 먹고, 1알은 싹을 틔워 농부가 수확을 하기 위함'이라고요. 어리석은 듯 하지만 전체를 보았을 때는 어찌 보면 참 현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들에게 적당히 내어주고 햇빛과 바람의 흐름도 막지 않으면서 공생하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참 중요하지 싶습니다.
  방조망을 설치할 수 밖에 없는 처지는 각자가 다르겠지요. 방조망보다 나은 대안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블루베리를 재배하시는 여러분들은 방조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많은 대안과 의견이 나오기를 바래봅니다. 의견과 대안이 모아지다 보면 언젠가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그저 블루베리를 업으로 하시는 형과 유기농, 세상과의 상생과 공생, 방조망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저도 선생을 은퇴하게 되면, 형한테 부지런히 배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달구님도 키우면서 형의 도움을 받아 블루베리를 재배하게 될런지 모르겠지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가 직접 키워서 수확한 블루베리를 여러분들과 나누게 될 날이 오게 되길 바랍니다. 물론 형이 재배한 블루베리보다 더 맛있는 블루베리로 말입니다.
  블루베리는 꽃도 이쁘고 열매도 빛깔이 참 곱습니다. 블루베리 꽃이나 열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잎 또한 아무 때나 따서 차를 끓여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집 마당에서 키우는 블루베리의 잎을 따서 물을 끓여 먹습니다. 그냥 복잡한 과정없이 아무 때나 잎을 따서 씻은 후 물에 넣고 끓이면 됩니다. 맛있게 마시고 있습니다. 참 고마운 블루베리입니다. "블루베리 만세" 그리고 자연과의 상생과 공생 만세!
 
글·사진 | 김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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