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의 사례

‘갱신기대권’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의 사례

 

  나심청씨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면소재지 주민자치센터에 사무장으로 선발되었습니다. 모집광고를 보면, 모집의 주체는 면장이었고, 업무는 주민자치센터의 동아리모임이나 지역활동을 돕고 문서를 정리하는 일을 했으며 고정적으로 면장에게 보고하는 업무입니다. 주민자치위원장이 있지만, 주민자치위원장은 전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상적인 업무지시나 보고는 면사무소의 체계를 따라야 했고, 주민자치위원장은 면장이 임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무장으로 채용되고 난 후, 근로계약은 주민자치위원장과 체결했고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받았으며 매년 조금씩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라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1년 내내 쭉 근무하는 게 아니라 매년 12월이 되면 한 달간 쉬라고 하고, 다음해 1월이 되면 또 출근해서 일을 했습니다. 근무하지 않는 기간에는 실업급여를 한 달 쯤 받으면서 쉬었습니다.

  그렇게 4년을 넘게 반복했는데, 어느 날, 군청에서 주민자치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라는 공문이 내려왔고, 주민자치위원회는 총회를 해서 운영규정을 개정했습니다. 개정된 규정은 주민자치센터 사무장은 2년 이상 근로할 수 없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개정된 규정에 따라 나심청씨는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만, 근무하고 계약해지 되었습니다. 나심청씨는 당연히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계약이 해지되는 바람에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면장과 군수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를 제기했습니다. 면사무소와 군청은 근로계약이 주민자치위원장과 맺은 점과, 매년 1-2개월 쉬었던 점에서 사용자가 아니며, 더구나 재계약에 대한 기대권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나심청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한다면, 원직에 복직됨과 함께 그동안의 근로에 대한 임금상당액, 그리고 매년 1-2개월을 쉬었던 부분에 대한 근무를 인정받아 퇴직금도 발생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양측이 합의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피신청인인 면장과 군수는 퇴직금액과 임금상당액을 지급하고, 신청인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것으로 합의하였습니다.

  나심청씨와 같이 기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10개월~11개월을 반복 근무하였다면 이는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수년간 반복 근무하였음에도 계약해지를 했다면, ‘갱신기대권’을 위반한 부당해고의 여지도 있습니다. 과거에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였다면, 애초에 무기계약직이나 정사원으로 고용하는게 바람직합니다. 기간제 2년이라는 조항을 비켜가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한 두달 쉬었다가 고용하는 꼼수는 이제 사라졌으면 합니다.

글 | 이종명(부천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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