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가 과연 행복할까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던 그 즈음은 제가 특성화고 3학년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한참 진행하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니만큼 고등학생들도 대부분 알고 있더군요.
언론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70%는 월급이 300만원이 안되고, 전체 노동자의 50%는 월급이 200만원이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한국일보2015.12.9.) 실제로 최저임금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500만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올해보다 약 22만원(주40시간, 월급기준)이 더 오르는 사람이 500만명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국민임금협상’이라고 불리우는 까닭입니다.
아무튼 최저임금 인상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그만큼 반발도 큽니다. 일부 사용자 단체는 최저임금인상으로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노동계와 공익위원의 책임이라면서 펄쩍 뜁니다. 언론 기사도 양극단을 달립니다. 조금 진정하고 현실을 차분히 봤으면 좋겠습니다만, 쉽게 진정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사회가 노동에 대해 보여 온 인식에 대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는 한 정치인의 발언을 생각해 봅니다. 바로 요즘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언주 국회의원의 논란이 된 두 발언입니다. 첫 번째는 ‘파업을 벌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미친 놈들”이라고 표현하고, 급식 조리 노동자를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급식소에서 밥하는 아줌마들이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는 발언 이었고, 두 번째는 ‘“저도 알바한 적 있지만 월급 떼인 적도 있다. 사장님이 망해서”라며 “근데 사장님이 같이 살아야 저도 산다 이런 생각에서 떼였지만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았다”’ 라며 ‘공동체의식’를 들먹인 발언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노동자들이 헛웃음치며 기막혀 했습니다.
한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이게 과연 ‘그’만의 문제였을까? 라는 것이 오늘의 고민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런 발언이 몇 년 전 만해도 기사거리가 되지도 않고 묻혔을 발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약 5,100만명, 그중에 경제활동가능인구(15세이상)는 약 4,300만명 정도 됩니다.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2700만명 중에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농어민을 포함)는 약 700만명 정도입니다. 자영업자들도 사실상 노동자와 다름 없는 분들도 많지요. 나머지 1900만명은 다양한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1900만 노동자들과 같이 생활하는 노동자의 가족을 염두에 둔다면 아마도 국민의 75%는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의 가족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움직입니다. 소위 ‘똑똑하고 잘나가는 법률가 출신의 한 국회의원’의 눈에는 그들이 그냥 동네 아줌마이고, 파업이나 하는 미친놈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요.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누군가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사회가 과연 온전히 굴러갈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거야~” 하지만 저는 이제 의문을 던질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행복이 세상의 중심가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입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 |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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