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 마지막 이야기

부탄은 행복한 나라인가?

부탄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 마지막 이야기

 

 

▲ 모든 행복의 근원은 자연이다.

 부탄이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것은 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에 올랐던 것이 결정적 계기라 할 수 있다. 이 때 부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천달러에 불과했다.

 

 영국 신경제재단이 발표한 것은 정확하게는 '행복한 지구 지수(HPI, Happy Planet Index)'다. 수치를 산출하기 위해서 사용한 항목은 삶의 만족도, 평균 수명, 환경적인 요건(에너지 소비, 생존에 필요한 면적)을 계산해서 나온 수치라고 한다. 환경적인 요건, 즉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를 포함하는 수치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수명과 삶의 질이 다소 낮다고 하더라도, 자원 파괴가 심하지 않거나 자원을 효율적 사용하는 정도가 높다면 지수는 당연히 올라간다.

 2006년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78개 나라 중 102위를 했다. 아시아 국가 24개 나라 중 21위다. 이 때 1위를 한 나라는 남서태평양 솔로몬제도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다는 인구 20만 명의 작은 나라 '바누아투'였다. 코스타리카, 파나마, 방글라데시 등도 이 조사에서 1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신경제재단의 발표는 사실상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지수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봐야 한다.

 

 유엔(UN)도 행복과 관련한 조사를 한다. 2017년판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우리나라는 155개국 중 56위에 올랐다. 1위의 노르웨이를 비롯하여 상위권은 모두 북유럽 국가들 차지다.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적인 안전망을 갖추고 있고, 부패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시아지역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로 26위다. 중국은 79위이고 부탄은 무려 97위다. 베트남(94위), 네팔(98위), 방글라데시(110위), 미얀마(114위) 등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이 순위가 더 일반적이지 않은가?

 부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최빈국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부탄 경제력의 냉정한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부탄의 행복정책은 절대왕정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적 정서적 만족도 등 주관적 지수에만 의존한 조사였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행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이를 계량하기 위한 지표를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를 나쁘게 말할 수는 없다. 그것도 홍보를 위해 단기간에 꾸며낸 일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부탄은 이미 1972년, 4대왕이 행복을 국가발전의 잣대로 삼는다고 선언했다. 입헌군주국으로 전환한 뒤에는 헌법에 ‘국가는 국민총행복 정책을 추진하는 여건을 마련하고(9조)’, ‘모든 개발행위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총행복증진에 있다(11조)’고 못 박아 놓고 있다.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것이다.

 

▲ 부탄행복연구소 방문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는 9개 영역별로 측정하고 있다. 생활수준,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사용, 교육, 문화적 다양성 및 회복력, 굿 거버넌스, 공동체의 활력, 생태적 다양성 및 회복력 등이다. 5년에 한 번씩 표본을 추출하여 조사한다. 부탄 정부의 모든 정책은 각 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국민총행복위원회의 심사를 거친다. 9개 영역에서 다시 세부적 지표를 만들어 기준점수를 넘어야 하고 부족한 세부지표에 대해서도 보완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탄의 이와 같은 행복정책은 2011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유엔의 결의를 이끌어 냈다. 이 결의는 “행복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이며 보편적인 열망이다. GDP는 본질상 이런 목표를 반영할 수 없다.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고 빈곤을 감축시키며 웰빙과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포용적이고 공평하며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박진도 이사장의 책).

 

 부탄의 행복정책은 많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도쿄의 아라카와구는 2005년부터 구민총행복도를 내걸고 연구를 하고 정책에 반영하며 ‘행복실감도시 아라카와’를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충청남도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이 행복지수를 정책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부탄을 방문했던 것이 새삼 주목을 끌기도 했다.

 

 남의 산의 돌도 잘만 쓰면 나의 옥을 다듬는 연장이 될 수 있다. 부탄 사람들이 웰빙을 말할 단계인지 아닌지 걱정할 것 없다. 그들을 통해 나를 다듬는 계기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부탄이 아직은 가난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은 남루하지 않았다. 급격한 도시화와 세계화의 물결, 그리고 부자 나라(?) 방문객들의 시선이 그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균형잡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갈 지는 그들의 숙제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천이 행복실감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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