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구 공사,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부천시의회(의장 강동구)는 12일부터 오는 22일까지 11일간의 일정으로 제223회 임시회를 개회했다. 이번 임시회 일정은 9월 13일부터 19일까지는 상임위원회별로 안건 심사를 하게 되며, 9월 20일과 21일에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을 하게 된다. 또, 마지막 날인 9월 22일에는 제2차 본회의를 열어 2017년도 일반․특별회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안건을 처리하고 시정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게 된다.
 제1차 본회의에서 최근 지역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한전 전력구 공사 관련 윤병국(3선, 무소속)의원의 시정질문이 있었다(편집자주).
 
 
 한전 경인건설본부가 시행사는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로 인한 집단민원이 발생해 있습니다.
 
 이 사업은 광역정전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고리형 전력망을 구성한다는 목적으로 345kV의 특고압 전력 케이블을 매설하는 사업입니다. 지하에 30~50미터 깊이에 전력케이블을 넣을 터널을 뚫고, 터널 굴착공사와 시공 후 환기와 점검을 위해 부천시 관내에 3곳의 수직구 공사를 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 터널은 부평 가정동 변전소에서 시작하여 상3동 진달래마을, 라일락마을, 약대동, 중4동, 중3동, 중2동, 심곡동, 원미2동, 소사동, 역곡동 등, 부천시 전역을 지나게 됩니다. 지난번에 문제가 돼 도로굴착허가를 받지 못한 삼정동, 오정동, 고강동을 지나는 사업과 내용은 같지만 별개의 사업으로, 이미 2015년에 시작된 사업입니다.
 애초 민원은 수직구 공사에 집중된 것이었습니다. 수직구는 터널을 굴착하는 기계를 투입하는 공간이고, 기계가 파낸 흙을 끌어올리는 작업장입니다. 터널 시공이 끝난 후에는 터널의 환기를 위한 시설이 설치되며, 터널 내부 점검을 위한 출입구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이 사업은 2015년에 한전이 수직구 공사장 설치를 위해 우리 시 관내 4곳의 도로와 공원에 점용허가를 신청하면서 주민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수직구 공사기간이 2~3년이나 걸리고 아파트 단지와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특고압 전력선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도 컸습니다.
 
 
 중3동 꿈빛도서관 앞 수직구 공사장 예정지에서 가까운 두산위브 2단지 주민들이 제일 먼저 이 사업을 인지하고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소방서 뒤편 중2동 한마음 공원에서는 주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해 버렸습니다. 상3동 진달래 마을에서도 집단 반발이 생겼습니다. 우리 시는 이 사업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전혀 예상도 못한 채 점용허가를 내 줬던 것입니다.
 뒤늦게 문제를 접한 시는 한마음 공원 수직구에 대해서 ‘한전이 주민의견 수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부랴부랴 점용허가 취소처분을 내립니다. 그러나 한전은 반대 주민 다수를 업무방해로 고발하고 우리 시의 취소처분에 대해 소송으로 대항했고, 법원은 민원해결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부천시가 한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등의 이유로 부천시 패소를 선고합니다. 한전에 책임을 떠넘기려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것입니다.
 
 
 반면 수직구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다른 예정지에서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꿈빛도서관 앞에 계획된 수직구는 폐지하기로 했고, 진달래마을 앞 수직구는 아파트와 좀 더 이격된 장소를 찾기로 했습니다. 애초 주민들은 특고압 전력선에서 발생할 전자파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지만 수직구 공사 문제가 정리되면서 전자파에 대한 문제제기도 흐지부지 된 것이 2015년까지의 경과입니다.
 
 
 그러다가 올해 4월에 진달래마을 수직구 대체지로 부천체육관 부근이 선정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수직구 변경에 따라 약대동 아이파크 아파트와 트레지움 3단지 등 예정에 없이 전력구 통과구간이 된 지역의 주민들이 반발하게 된 것입니다. 8월 17일, 시에서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만 주민들은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계획을 변경하면서 미리 사전설명회를 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추궁이 거셌습니다. 소를 잃어 본 경험이 있으면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가 다시 소를 잃어버린 꼴입니다.
 
 
 주민들의 민원은 단순히 공사장으로 인한 불편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특고압 전력선이 지나는 경유지 주변의 전자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력선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바로 옆을 지나도록 계획 돼 있으며, 중원고, 중원중, 중원초 등 학교 옆을 지나며, 중흥중학교 학부모들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오정동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와도 일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자파는 비록 지하라 하더라도 흙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차폐되지 않으며, 단지 거리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전이 내세우는 전자파 기준이 있기도 하지만 이 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도 있으며, 신규시설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적용하기도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자파 취약계층 보호 조례를 제정하여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전자파 안심지대로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도 어린이집을 전자파 안심지대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성남시에서는 한전과 협의하여 지하 80미터 대심도로 전력선을 매설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된 구간에는 지하 30미터로 공사할 예정이고, 삼산동에서 부천체육관까지는 지하 8m에 기 시공되어 154kV 전력선이 매립되어 있는 기존 전력구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3동 라일락마을과 진달래마을 사이의 도로 아래에는 불과 지하 8미터에 154kV와 345kV 전력선이 겹쳐 지나도록 설계돼 있는 것입니다. 오정동, 원종동 일대에는 154kV 전력선을 바로 도로 아래에 매설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이제 전자파 문제는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기 힘든 현안이 됐습니다. 한전이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이제는 우리 시가 나서서 전력구 공사 및 전자파 문제에 대한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자파 문제의 전문가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통해, 꼭 필요한 사업인지, 깊이에 따라 어느 정도의 전자파가 발생하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가 주민반발을 예상하지 못하고 쉽게 점용허가를 해 준 우리 시의 안이함에서 비롯됐음을 깊이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민들이 전자파 불안을 해소하고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소방서 뒤 한마음공원의 수직구 공사장에서는 지금도 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천체육관을 향해 매일 4~5미터씩 터널을 파오고 있는 것입니다. 시는 한전과 협의하여 주민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대안으로 협의체를 제안하는 것이니 잘 검토하여 답변주시기 바랍니다.
 
 
 
 
글 | 윤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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