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사와 디지털

 디지털 사회와 한국의 지역 언론

 
글 | 윤장렬 (fuberlinyun@gmail.com)
 
지역언론협동조합협의회가 주최하고 본지가 주관한 지역언론 강좌가 지난 8월 8일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면서 지역언론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윤장렬씨의 강연 내용을 2회에 걸쳐 본지에 싣고자 한다. 지역신문의 발전이 곧 지역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는 지역신문 관계자와, 구독자, 시민 모두에게 디지털 사회로 급변하는 현재를 돌아보는 소중한 제안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면 관계상 도입부는 생략하고 내용을 줄여 실었다(편집자주).
 
 
 
세계 언론사와 디지털
 
1)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총회
 
 본 지면에 소개되는 세계 언론사들의 디지털 전략들은 2016년(영국)과 2017년(미국)에 개최된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총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요약, 정리하였습니다. 우선 최근에 대형 신문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집중 전략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자 참여형 콘텐츠 : 별 독자들의 접속정보를 빅데이터화해 독자들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다시 독자 개인이 요구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영상에 텍스트 활용 콘텐츠 : 동영상 제작을 넘어, 간단한 영상물에 텍스트를 활용해 좀 더 쉽고 다양한 내용을 전달하려는 방식이다.
독자 데이터 분석 : 독자의 개인적 성향은 물론,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가?
유료화 전략 : 온라인 콘텐츠의 유료화는 크게 미터드(Metered,종량제), 프리미엄 (Freemium) 그리고 완전 유료화(Full Paid)이다. 미터드 모델은 일부 기사를 무료로 보여주고, 몇 건 이상이 넘으면 유료 결제를 유도한다. 프리미엄은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추가 고급 기능을 유료로 제공하는 정책이며, 완전 유료화는 모든 기사를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트럼프 당선 후, 유료 독자가 증가 했다는 뉴욕 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짜 뉴스라는 혼란에서 오히려 호재를 맞이했다. 뉴욕 타임즈는 현재 종이 구독자 100만 명, 온라인 유료 구독자 200만 명인데, 이를 향후 1000만 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이며, 2005년 후 광고 수입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이신문 광고 매출을 0으로 만드는 게 앞으로의 전략이다.
솔루션 저널리즘 : 감시와 비판을 담당하는 언론,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해결책을 말 할 수 있는 언론이다.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는 보통 기사보다 페이지뷰가 100% 많고 체류시간이 80% 길고 소셜 인게이지먼트가 230% 높다.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 사무국은 21명이 근무하며, 약100개 조직과 함께 일을 하고있다. 워크숍과 교육을 진행하고 온라인 디지털 툴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0명이 넘는 저널리스트를 교육했고, 4,500명이 넘는 저널리스트들이 자사의 툴을 사용하고 있다. 풍부한 자료와 툴킷, 다양한 취재 아이디어가 제공된다.
공동작업 뉴스 서비스 : 핀란드의 스트로슬이라는 대안 플랫폼은 80개 언론사들이 제휴 관계를 맺고 뉴스 사이트의 사이드 바에 다른 언론사의 기사 목록을 노출 시키는 방식이다. 기사를 클릭하면 스트로슬 사이트로 넘어가서 기사 목록을 볼 수 있고 여기서 클릭하면 다른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간다.
 
 지난 2년간 국제뉴스미디어협회의 총회를 살펴보면, 세계적인 디지털 언론사들의 변화 추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 요인은 독자 분석과 독자의 참여 확대입니다. 이들은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데이터 작업을 통한 저널리즘 전략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접근이나 세부적인 내용들은 개별 신문사들이 자사의 디지털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도 공동작업 뉴스 사이트의 편성도 모두 디지털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의 모색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난 총회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그다지 새로운 전략들이라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를 분석하고 참여를 확대하며,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제공하는 일들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들이며, 이 같은 논의가 사실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 미국의 사례
 다음은 미국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언론에 대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제시된 사례들은 상업화된 미국의 디지털 언론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이며, 눈여겨 볼 필요가 있기에 본 지면에 기술하게 되었습니다. 변화의 요지는 가속화 된 미국의 자본주식 상업화 언론 시장에서 어떤 변화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⓵미국 저내틱 브로하하 사례 : 저널리즘의 아웃소싱 유급 기자들을 채용해 지역 뉴스를 생산, 10여개 미국 상업 뉴스 미디어와 지역 뉴스를 공급, 필리핀 회사가 고용 하는 저임금 작가와 프리랜서에 의해 뉴스가 생산, 필리핀 작가들은 한 건당 35~40센트를 받고, 매주 250건의 기사를 작성, 미국인처럼 보이는 필명으로 마치 사건이 발생한 지역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가짜 스토리들을 만든다. 독자들은 지역의 기자들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기사들은 대부분 보도 자료를 그냥 옮겨 쓰는 수준이며 가공, 표절이 많다. <시카고트리뷴>사는 2012년 저내틱 브로하하에 투자했고, 시카고 지역 90개 웹사이트들과 22개 주말판을 저내틱 브로하하의 기사로 채 웠다. 지역 신문사 40명 가운데 절반이 해고되었으나, 뉴스 생산량은 세 배나 증가했다. 결국 내부 고발자에 의해 이 사실이 폭로되었고, 2012년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 <This American Life>에서 소개되었다.
⓶비영리 뉴스 미디어의 증가 : 미국에서는 MinnPost, Voice of San Diego, ProPublica처럼 전국적인 규모로 활동하는 디지털 뉴스 미디어가 증가하고 있다. 상업 뉴스에서 일하던 뛰어난 저널리스트들과 젊고 열정적인 새내기 저널리스트들이 이 분야에서 증가하고 있다. 광고에 의존하거나 정부와 결탁하는 저널리즘이 아닌, 미국의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공공성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뉴스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체 언론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거나 저널리즘을 뿌리에서부터 갉아먹고 있는 상업주의로부터 떼어 낼 수 있는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비영리 뉴스의 한계는 이들의 뉴스 생산이 자칫 상업화된 뉴스 미디어에게 보조자로서 뉴스 기사를 제공하는 역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3) 유럽의 사례
 이번에는 유럽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감행하고 있는 인력 감축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내용입니다. 2015년 당시 BBC의 전체 직원 수는 약 1만 8천명이었습니다. 10년 전 2만 7,600명이던 인원에서 약 1만 여명이 줄어든 것입니다. 그리고 2015년, 1천 여명 이상이 추가로 감원되었습니다. 매 시기 감행되는 인원 감축은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을 내야할 강제성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공영방송이 비용 절감 정책을 선택했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1)공영방송역시 이윤을 내기 위한 구조로 운영 되고 있다는 사실과 2)자동화된 생산 시스템에 의한 필연적인 인원감원이라는 측면, 그리고 동시에 3)새로운 자동화 시스템 설비를 위한 막대한 비용의 투자가 한정된 살림살이의 축소, 절감으로 요구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위에 제시된 세 가지 요인들과 또 다른 내부적 문제들이 BBC 인력의 감축으로 귀결 되는데, 본 지면에서는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출현이라는 자동화 시스템의 기술적 발달에 초점을 맞추어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미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LA타임스는 2010년부터 지역 범죄 관련 기사 보도에 이 시스템을 적용, 큰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CNN, 버즈피드 등 2015년과 2016년 사이에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활용도가 대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실 기반의 기사 작성을 넘어 다양한 시각의 기사를 프레이밍 할 수 있는 기술력은 이제 곧 다가올 현실입니다.
 이러한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언론사 직원들의 대규모 인원 감축을 동반하게 합니다. 우선 대형 언론사들에서 시작되어 점차 소규모 그리고 지역 언론사들까지 이러한 일 들은 진행됩니다. 물론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기술력이 생산 현장에 도입되어야 인원 감축도 진행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 지역 언론사들에게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저널리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한국의 지역 언론사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저들의 기술적 진보가 아닌 오늘날 한국 지역 언론사들이 생산하고 제공하는 저널리즘의 방식과 구조가 미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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