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徹底)와 처절(悽絶) 사이

 
 백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서늘함이 느껴진다. 자연은 때로 침묵으로 많은 걸 일러주고 알려준다. 견딜 수 없었던 더위가 그리워지는 계절의 징후가 뚜렷하다. 철저하지 못한 준비로 인한 댓가로 처절한 인내가 무가치한 시간과의 다툼으로 막을 내린 것은 실로 후회가 막급하다.
 
 막급한 후회와 인내가 안타까워 다시는 처절을 맛보고 싶지 않은 것은 자연과의 타협에 앞서 자신에 대한 냉정하고 철저한 스스로의 되돌아봄이다.
 
 지금, 부천은 철저한가?
 조금은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오는 철저라는 단어의 의미(속속들이 꿰뚫어 미치어 빈틈이나 부족함이 없이 밑바닥까지 투철함, 깊은 구석까지 빈틈이 없음)를 살펴볼 때 지금 부천 시민으로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철저와 상반된 징후와 노정(露呈)의 예후는 무엇일까
 우선 ‘문화특별시’라는 이름으로 수년째 계속되는 부천영화제가 시민의 공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원자들까지도 감소하고 있다(부천타임즈 2017.09.12.일자 ‘부천영화제 후원자 급감’)는 보도는 자못 시 행정부의 철저한 반성을 주문케 한다.
 
 관객이 없는 축제는 축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여 존폐를 가늠해 볼 이유가 충분하다. 시민으로서 본인은 올해 영화제에 시간을 내어 관람하려 했으나 초청장이 없다는 이유로 가두리 안에 들어갈 수 없어 포기하고 분한 마음으로 되돌아 와야 했던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부천은 해를 거듭할수록 재정자립도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에 있고, 생산연령 인구인 3~40대가 감소하는 안타까운 수도권 도시이다. 미래가 불투명할 경우 희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90만을 자랑하고 100만 도시를 꿈꾸던 주체는 시 행정부였다.
 
 관공서는 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지고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때문에 생산을 통한 수익과는 전혀 무관하다. 한마디로 세금을 쓰기만 하는 기관이지 수익을 위한 활동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공금은 눈 먼 돈이라고 한다. 먼저 보고 알아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금을 철저하게 써야하는 데, 바로 시 행정부가 그 주체이다.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공직자가 철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철저의 의미가 모든 분야까지 부족함이나 빈틈없는 계획이고 합당한지를 판가름하는 주인공이 공직자들이다. 시의 주인인 시민의 입장에서 철저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는 시민은 처절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가 파산하고 국가가 패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처절(悽絶)(몸서리칠 정도로 몹시 끔찍함, 더할 수 없이 처참(悽慘: 매우 슬프고 참혹함)은 결국 불철저의 결과인 것이다. 사전 계획이 그 내용을 속속들이 꿰뚫지 않음이고, 그로인한 부족함의 야기와 더불어 투철하지 못함에의 초래이다. 결국 사리에 맞지 않아 부정확하거나 그로 인한 문제가 처절에 이르기 때문이다.
 
 철저는 공직자와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자의 책임과 의무이지만 처절의 몫은 순전히 시민의 몫이고 무한한 책임이다. 공적인 기관과 공직자는 세금으로 그 존재와 기능의 의미를 가지며, 세금은 그 쓰임을 목적으로 한다면 공직자는 공적(公的)이라는 이름 아래 오로지 소비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결론적으로 세금을 쓰는 일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한계와 목적이 존재 이유이다.
 
 그러나 불철저의 결과인 처절은 슬프고 참혹함이며 그 대가는 시민의 것이고 깊은 슬픔과의 마주함이다. ‘시민이 시장이다’는 아마도 ‘시장의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로 바꾸어도 가능하다면 위에 열거한 불철저에는 공통된 원인이 ‘시민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의 존재를 무시한 결과는 가혹한 처절이 될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철저하지 않았던 공직자와 선출자의 행위의 결과로 책임의 이유가 전혀 없는 시민의 처절한 몫이라면, 그래서 더욱 처절하다면 공직자와 선출자의 존재 이유는 준엄하기 그지없다.
 
 이제, 부천은 처절하지 않기 위해 시민은 시민의 권한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무지와 무식의 소치라면 앎을 향한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기에 희망이며 책임의 원인이 분명하다면 해결의 방법은 단순 명료하다. 감시와 처벌이다.
 
 철저한 감시와 처절한 처벌이 있다. 그것이 주인인 시민으로서의 의무이고 책임이고 권한이고 권리이므로 공직자와 선출자에 대하여 시민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생산적인 관여와 철저한 살핌이 절실할 때이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