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그린사회적협동조합 심재표 이사장

 공원을 공원답게

필그린사회적협동조합 심재표 이사장
 
▲ 필그린사회적협동조합 심재표 이사장
 
 
◆ 필그린사회적협동조합의 탄생
부천에서 제대로 된 공원관리를 위한 필그린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필그린)이 떴다. 필그린은 도시녹화를 주된 사업을 한다. 부천내 공원관리를 위탁 받아서 공원을 공원답게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오감으로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그런 공원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발족을 했다. 심재표 이사장과 정성권 이사를 벌막공원에서 만났다.
“현재의 부천내 공원들은 최소한의 공간 유지만 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심어져 있고, 운동시설이 있고, 정자가 있습니다. 부천시민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공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공원들을 수목원 이상 가는 풍부한 공원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혼자서 5년 이상 벌막공원을 관리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했는데, 벌막공원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주민들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 것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벌막공원을 살리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필그린이 잉태되었습니다. 벌막공원이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지요. 그걸 눈으로 확인하게 되자 이를 더 확대 시키자는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공원을 조성만 해놓고 이를 간신히 유지만 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걸 공원관리 전문가들이 투입된 새로운 시각의 공원으로 활성화 시키자는 의견이 많아졌습니다. 그걸 수용하면서 필그린이 탄생한 거지요.”
 
 
 
◆ 벌막공원이 필그린의 모델
심재표 이사장이 회사에 재직 중인 2008년에 벌막공원 가꾸기는 시작했다. 당시 부천시에 폭우가 200mm 이상 쏟아졌다. 이때 벌막공원은 리첸시아가 건축허가 조건으로 부천시에 리모델링을 해서 기부채납 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리첸시아가 미분양이 되면서 이 회사에선 이를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 부천시에서도 이를 재대로 정비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어서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공원관리 한다고 화장실 청소나 하고 쓰레기 줍는 곳으로 전락했다. 폭우가 쏟아지자 흙들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걸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벌막공원을 관리해보기로 나섰다.
“부천시의 허가를 받아서 처음에는 저 혼자 시작 했습니다. 벌막공원에 꽃씨도 뿌리고 모종밭도 만들고 맥문동 같은 식물도 사다 심었습니다. 점점 공원이 예뻐지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렇게 해서 2015년에 12분이 합류했습니다. 자원봉사자가 합류하면서 큰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벌막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벌사모)’. 2015년 7월에 이 벌사모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벌막공원은 삼천 팔백 평입니다. 중앙공원의 십분의 일 정도로 작지요. 하지만 공원을 아주 자연스럽고 공원답게 만들어 보자고 다짐을 했고 이를 실천하면서 참 아름다운 공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벌막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니 참 많은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벌사모 회원들이 너도 나도 참여해서 씨도 뿌리고 가꾸고 한 결과이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벌사모 회원들이 시간을 낸 회원들이 모여 가꾼다. 167명의 회원 중에서 돌아가면서 시간 투자를 한다. 아파트 주변에 사는 분들, 역곡, 상동에 계신 분도 참여한다. 부천시 전역에서 온다. 부천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벌막공원 가운데에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이 정자는 마을 분들의 사랑방입니다. 마을 분들이 너도 나도 참여합니다. 부천시 다른 공원들은 휑한데 여긴 아주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이 정자는 여러 역할을 합니다. 여러 프로그램 활동을 하고, 마을 분들과 함께 나누는 마을 밥상을 펼칩니다. 어떤 분은 반찬 싸오고 어떤 분은 빵이나 먹거리를 가지고 와서 점심 한 끼를 함께 먹습니다. 자원봉사자 한 두 분이 준비를 하지요. 막걸리도 가져와서 한 잔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남녀노소, 90대 노인까지 옵니다. 정이 담뿍 들어가고 있는 동네 사랑방입니다. 옛 벌막마을의 정자 역할을 되찾은 거지요.
청소년 벌사모 45명도 있습니다. 원미고등학교 산하에 동아리가 탄생되었지요. 이들은 수요일 2시부터 2시간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꽃도 심고 공원도 관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요. 토요일엔 어린이들과 함께 합니다.”
 
 
 
◆부천시민이 주체가 되어 공원을 관리해야
부천에 공원 169개가 있다. 이중에서 화장실이 없는 공원이 66개이다. 화장실이 없는 공원은 시민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 단순한 공원이다. 화장실 있는 공원은 103개가 있다. 이곳에선 주민들이 모여서 체육활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벌막공원처럼 사계절 꽃들이 피고 나무들이 잘 자라는 공원이 아니다.
“벌막공원에서도 처음에는 운동하는 분들이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지요. 벌집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분들이라 서로 인사가 없지요. 벌사모에서 운동하는 분들에게 벌사모에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다 가입을 했지요. 그래서 서로 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운동을 하면서 서로 인사를 합니다. 서로 맛있는 것 나눠먹고 하지요.
현재 필그린 조합원은 46명입니다. 절반 이상이 벌사모 회원이고, 여월 농업공원 관계자, 그린디자이너, 도시농업지도사 등이 조합원으로 합류를 했습니다.
앞으로 취약계층, 유휴 노동자등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공원을 관리하면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공원을 관리하면 내집처럼 그렇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부천시 대부분의 공원이 프로그램을 갖는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나 부천시가 전원도시로 멋지게 탄생할 것입니다.
그런데 필그린이 벌막공원 관리권을 갖지 못했습니다. 부천시와 교섭 중에 있습니다. 부천시에서 무난하게 관리권을 확정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필그린은 공원관리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나서서 공원관리 교육을 하고 싶어 한다. 도시공원에 대한 풍부한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고 체계적인 기술을 전수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싶다.
부천시에서 공원관리를 위해 공원관리과, 녹지과 등이 나서서 그린디자이너, 도시 농업지도사, 공원관리 지도사 등을 양성을 해놓았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것은 미뤄놓고 있다.
필그린에선 시민이 주체가 되는 공원관리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진행하려고 한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공원을 직접 관리하면 그만큼 부천경제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이다.
“부천시민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이 법인이기에 조합원 출자금을 내면 됩니다. 당연히 저희 활동목적에 함께하고 목적의식에 동조하면 됩니다.
부천 공원관리과에서 공원을 관리하는데 적은 인력으로 관리하다 보니까 공원에 잔디 심고 이를 예초기로 자르는 수준입니다. 공원은 다면적 식재, 다층적 식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음지식물, 반음지식물, 양지식물 등을 가려서 꼼꼼하게 식재해야 하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공원관리사의 실질적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들을 제대로 접목해서 부천시 공원을 관리했으면 합니다. 시민들에게 기술교육을 제대로 하려고 합니다.”
 
 
 
 
◆ 부천시 공원관리를 수원 업체가
부천시 공원관리는 수원에서 온 업체가 관리를 한다. 전체 공원관리를 경기도에다 입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천에는 전체 공원을 관리할 업체가 없어서 수원 업체가 낙찰을 받은 것이다. 부천 공원을 수원 사람들이 와서 풀 뽑기를 하고 나무를 심거나 꽃을 심는다. 어찌 보면 이들이 부천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원관리 비용을 다 받아가는 것이다. 우리 부천 사람들은 우리 세금조차 수원 사람들에게 주면서 멀거니 지켜보고 있다.
“부천내 공원 전체를 입찰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공원 관리를 소규모로 줄여서 낙찰하게 한다면 부천내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들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천내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확충이 되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부천시장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아주 좋은 일자리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일자리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유휴 노동자들에게 4-50만원 정도만 주어도 됩니다. 하루에 3-4시간 일하면 되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3-4시간만 일하지는 않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하루 종일 일을 하지요. 저희를 보면 압니다. 벌사모 회원들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보면 압니다.
저희 조합원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고 있고, 공원관리 기능을 갖추고 있기에 바로 투입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 조합원으로 합류한 분들에겐 단순노동력 사회적 일자리를 드리는 거지요. 그러면 부천시가 아름답게 변모를 할 것입니다.”
 
 
 
◆ 필그린에게 부천시 공원관리를 맡겨라!
부천시 공원은 2016년도 1인당 5.50㎡이다. 2018년에 6.08㎡로 넓히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축구장 14개 정도 되는 공원이 부천시에 새로 탄생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 공원이 시 외곽에 존재한다. 아무리 큰 공원도 시 외곽에 위치하면 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구도심에 공원이 필요하다. 양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천시는 환경오염이 심하고 열섬현상까지 생긴다. 여기에 미세먼지가 극성이고 소음도 심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시 숲 조성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공원만 조성하면 끝이 아니라 이를 부천시민이 주체가 되어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역할을 필그린이 하겠다.
 
글·사진 | 한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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