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와 한국의 지역언론 <2>

 
글 | 윤장렬 (fuberlinyun@gmail.com)
 
 지역언론협동조합협의회가 주최하고 본지가 주관한 지역언론 강좌를 지난 호에 이어 싣는다.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면서 지역언론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윤장렬씨의 강연 내용이다. 지역신문의 발전이 곧 지역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는 지역신문 관계자와, 구독자, 시민 모두에게 디지털 사회로 급변하는 현재를 돌아보는 소중한 제안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으나, 홈페이지에서 원문 그대로 볼 수 있다(편집자주).
 
 
 
한국 지역 언론과 디지털 저널리즘
 
1. 인터넷과 모바일 기사까지 제공하는 지역언론
 디지털에 대한 논의는 언론학계는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이미 상당부분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지역신문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지면 보도와 함께 인터넷 신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종이신문 제작에도 바쁜데 인터넷 신문까지 편집하고 업로드해야 하는 업무들이 늘었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도 힘든데 언제부턴가 모바일 시대가 대세가 되어,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도 기사를 제공해야 합니다. 몇몇 지역 신문사에서는 종이신문의 텍스트 제공을 넘어 시청각 콘텐츠(동영상)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문사의 경영상황이 호전되거나 구독자 수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중앙지들이 토로하는 디지털 언론의 혼란과 위기들은 사실 지역언론에서는 조금 덜한 게 사실입니다. 인터넷 신문의 등장이 종이신문을 위협하는 상황도 아니고, 종이신문의 광고나 구독률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같은 지역에 창간된 인터넷 신문들을 보아도, 인터넷 신문 시장에 뚜렷한 성과나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지역언론의 상황입니다.
 
2. 거대 디지털 언론들이 지역시장을 빼앗을 우려
 시장을 찾아다니는 상업화된 거대 디지털 언론들은 지금까지 담당했던 지역언론의 시장과 역할을 침범하려 할 것입니다. 이제 지역언론들은 상업화 언론에 잠식되거나 혹은 비영리 저널리즘을 통해 이제까지 자신들이 담당했던 지역에서의 역할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지들이나 인터넷 전문 언론사에게 지역시장을 빼앗길 수 있는 우려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터넷의 최대 장점인 시장의 구분이 제한되지 않았다는 요인에서 기인합니다. 실례로 인터넷 뉴스 통 신사들이 지역 소식들을 전달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지역신문은 지역에서 자사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물론 지역 신문들도 상업화 언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는 지역의 공론장을 담당할 수 있는 비상업화 된 지역언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상반 되는 방향성에 대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상업화 언론은 지역공동체의 소통과 나눔을 위한 목적의 언론 활동은 불가능합니다.
 
3. 디지털 생태계에서 지역신문사의 고민
먼저, 지역 신문사들이 오늘날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고심하고 있는 문제들과 몇 가지 우려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타 매체에 무료로 제공되는 뉴스 기사 : 지역신문에서 생산되는 뉴스 기사는 네이버와 다음이 제공하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와 같은 타 언론사의 홈페이지에서 전달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언론이 제공하는 뉴스 기사들에 대한 합당한 전재료가 논의되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뉴스가 공신력 있는 타 매체를 통해 무료로 소비되는 구조는 상업화 언론들을 위한 지역 기자들의 대가없는 활동입니다.
2)타 매체에서 생산되는 지역 뉴스 : 뉴스 통신사들이 지역소식을 잠식할 수 있는 우려입니다. 2017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뉴스 통신사의 수는 21개입니다. 뉴스 통신사의 임무는 뉴스 기사를 취재해 해당 업체 언론사에게 배포, 전달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뉴스 통신사의 수는 이들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뉴스 기사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복제, 가공되기 때문입니다.
3)지역을 대표하는 디지털 공간의 등장 : 관공서의 보도 자료가 지역 언론의 도움을 불필요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입니다. 더불어 지역 상인들의 광고가 지역 언론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집중, 소비 될 수 있는 우려가 동반됩니다. 지역 관공서의 보도 자료는 이제 뉴스 통신사를 통해 전국으로 전달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뉴스 통신사를 통한 언론플레이가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행정 관료들에게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4)소비자들의 뉴스 소비의 행태 변화 : 각종 스마트 기기에서 넘쳐나는 정보들과 무료 뉴스 서비스들은 월 1만원의 신문 구독료마저 부담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이미 젊은 세대들은 텍스트 뉴스를 눈으로 읽기보다 동영상 뉴스를 눈으로 보는 방식을 선호하는 게 현실입니다.
 
4. 지역의 공론장 강화를 위한 방안들
 이제는 자사의 분명한 역할론을 고민해야 할 차례입니다. 자사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언론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래 제시되는 내용들을 통해 현재 자사의 경영 내용과 취재 및 편집에서 전략적인 구상들을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1)보도 자료는 취재 기사가 아닙니다. 더 이상 관청이나 기업의 보도 자료가 기자의 취재 기사로 포장되지 말아야 합니다.
2)기획, 탐사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다루는 특집 기사가 증가해야 합니다. 특집 기사만이 자사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기사입니다.
3)독자들의 이야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역 사회의 이슈가 공론화되어야 합니다.
4)인터넷과 종이신문의 특징을 활용해야 합니다. 편집에서 제외되거나 사용하지 못한 자료들은 인터넷 신문에서 모두 다 공개해야 합니다. 기사와 관련 된 내용이나 타 언론사의 기사가 인터넷 에서 링크되도록 연결되어야 합니다.
5)구독자 수를 늘리기보다 기사의 다양화에 전념해야 합니다.
6)기자들의 업무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7)기성 언론들의 형식보다 자사의 특징과 장점을 기사화합니다. 기사 제작과 편집 그리고 제공이 타 언론사나 중앙지들의 형식을 모방할 필요는 없습니다.
8)뉴스와 정보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 유지되어야 합니다.
9)지면에서 소개된 이슈들이 신문사가 주관이 된 토론회, 공청회 등 오프라인 행사들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10)지역 특색에 맞는 자사의 특징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문사 특징에 맞는 기사들을 생산해야 합니다.
 
마치며 – 지역 신문사의 새로운 경영 철학이 필요할 때
 세계적인 언론사들이 모색하고 있는 디지털 전략들은 대부분 상업화 전략에 국한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가히 과학 기술의 혜택을 만끽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언론의 등장은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이었으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IT기업이 언론시장을 선점한 상황도 비극이지만, 언론기업들이 상업화 전략에 전념하는 모습들은 필연적인 자본주의사회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 신문사의 새로운 경영철학이 필요할 때입니다. 전체 사회가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하는 지금, 우리사회는 더욱더 비상업적인 언론을 요구하게 됩니다. 관청의 소식지가 아닌, 소외된 지역민들의 이슈를 토론하는 공간이 바로 비상업적 지역 언론입니다. 구독자가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 확인하는 전략은 상품과 광고를 팔기 위한 상업적 접근이 아닌, 지역민들의 실생활을 이야기 나누고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공동체 민주 사회의 형성을 위한 비상업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좀 더 냉철하게 우리의 현실을 진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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