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의 이직할 권리는?
 
 이번에 상담한 해고 건은 이주노동자라고 불리우는 파키스탄인이 한국의 공장에 와서 3년 동안 일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가 부당하게 해고된 사례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낯선 한국문화,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조건 등 매우 많다. 그런 것 가운데 사업장 이동재한. 재고용. 이탈신고 등은 현실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옥죄고 불이익한 대우를 강요하는 제도로서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경기도 김포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 홍길동(?)씨는 3년을 계약하고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공장을 이전한다고 하여 일거리가 줄었다. 잔업 특근을 하며 매월 200여 만원을 받았던 홍길동씨는 수개월동안 30~40만원 밖에 받지 못하게 되자, 일거리가 많은 다른 직장으로 이전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를 괘씸하게 여긴 사업주는 이직을 허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이 없다고 하면서 기숙사에서 대기를 명령했다. 몇 개월 동안 일이 있을 때만 간헐적으로 일을 해서 수 십 만원만을 받으면서 대기하던 홍길동씨는 스트레스와 저임금으로 갈등 끝에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사업주는 그런 홍길동씨에 대하여 ‘이탈신고’를 했고, 홍길동씨는 불법체류신분이 되어 기숙사에서 쫒겨 났다. 이탈신고는 일하는 이주 노동자가 무단결근을 5일 이상 하거나 직장을 이탈할 때 고용변동에 대하여 국가기관에 신고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회사는 홍길동씨가 기숙사에서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을 거부하고 나오지 않는다는 핑계를 가지고 홍길동씨를 ‘이탈신고’ 했고 기숙사에서 쫒아냈다. 홍길동씨는 회사를 찾아가서 일을 하고 싶으니 받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업주는 거절 했다. 그 후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을 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홍길동씨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거부하며 회사를 나오지 않아서 ‘이탈신고’ 를 했을 뿐 ‘부당해고’ 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사업주가 홍길동씨의 이직을 허가하지 않으면 새로운 직장을 갈 수 없다는 약점을 상태로 이탈신고를 악용함으로써 부당해고를 했다고 판정했다. 또 기숙사에 대기한 상태였기에 무단결근이나 직장을 이탈한 상태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원직에 복직시킴과 아울러 그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는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한국인만은 아니다. 한국의 산업구조 발전에 따라 80년대 들어서면서 3D업종이 발생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의 위험한 일을 기피하게 되었고, 그러한 업종의 노동은 소위 말하는 외국인노동자들로 채워졌다. 몇 몇의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옴으로써 우리의 일자리가 줄었고, 그들이 저임금을 받고 일하게 되어 ‘우리의 임금도 깍아 먹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을 모두 쫒아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저임금, 장시간, 고위험으로 우리가 기피하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한국사회의 임금을 깍아 내리고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에서는 그들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그들이라도 있는 게 고마운 일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외국인노동자를 받아들임에 있어서 산업연수생 제도를 유지하다가 지금은 고용허가제로 바뀌어 운영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 제도의 차이점은 일하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연수생’ 으로 대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 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산업연수생 제도하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을 연수생으로 대함으로써 최저임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을 인정하지 않아 수많은 인권단체와 세계 노동기구의 지탄을 받아야 했다.
 
 또한 저임금, 장시간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지친 외국인노동자들이 산업현장을 이탈함으로써 불법체류자를 대거 양산하기도 했다. 2004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바로 고용허가제이다. 고용허가제하에서는 송출국가와 공식 MOU를 맺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내국의 노동자와 동등하게 보호하기 위해 노동3권, 산재, 고용보험 등을 적용했다. 산업연수생 제도에 비하면 비약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지만, 여기에도 위의 사례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고용허가제도가 시행된 지 십 수 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주노동자에게는 정주권이 부여되지 않고 있어 한번 입국하면 4년10개월간만 일할 수 있다.
 
  그리고 자국으로 돌아가서 3개월을 휴식한 후에 다시 입국해서 전에 일했던 사업장으로 재취업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성실히 근무했다는 평가를 주는 사업주의 권한이 절대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국내에 들어와서는 사업장에 대한 이동, 재고용, 이탈신고 등도 모두 사업주의 절대적인 권한 하에 있다.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횟수는 3회로 제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사유에 있어 사업주가 동의해줘야 한다. 또한 사업장 변경기간 3개월 안에 재고용되지 못하면 비자가 취소되거나 쫒겨 나기도 한다.
 
 사업주들이 악용하는 이탈신고로 접수되면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가 전락되어 부당한 근로조건(장시간 노동, 체불임금, 위험한 업무, 불법파견 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을중의 을이 되거나 쫒겨 나야 한다. 하루빨리 이주 노동자라고 차별하지 않고 국내의 노동자와 동등한 노동권을 가진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정착되고, 정책에 있어서도 이주노동자의 편의와 필요에 맞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간곡히 희망한다.
 
글 | 이종명 부천시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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