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일색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초목들 단풍으로 물들면서 본래의 모습 드러내 정치인들도 참 모습 보여주어야 할 때”

“가을 단풍을 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초록 일색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초목들 단풍으로 물들면서 본래의 모습 드러내 정치인들도 참 모습 보여주어야 할 때”

 

 

 

 몇 년 사이 우리나라 기후가 많이 변하고 있다고들 한다. 봄이 왔다고 반가워하던 것도 잠시, 금세 여름이 오고, 긴 여름 끝에 맞이하는 가을은 점점 짧아져만 간다.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래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를 부러워하는 외국인들이 많고, 아직은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빛깔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전국이 단풍으로 물들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굳이 명산을 찾지 않아도 야산에서, 가로수 길에서, 가까운 공원에서도 단풍을 만나는 요즘이다.

 

 단풍의 사전적 의미는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에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엽록소에 의해 가려졌던 색소들이 나타나거나 잎이 시들면서 잎 속의 물질들이 다른 색소로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단풍은 9월 말부터 강원도 설악산을 시작으로 11월 초에는 남해안을 거쳐 제주도 한라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단풍을 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그려내기 힘든 자연의 조화를 느끼게 된다. 지난 여름, 싱그러움을 자랑하던 모든 초목들은 초록 일색이어서 구분하기가 어려웠지만, 가을이 깊어지면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초목들이 지닌 빛깔을 드러내며 본래의 모습을 알게 된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어느 선까지는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이나 시기에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우리네 일상을 생각하게 된다. 공직사회에서는 흔히 “감사를 받아봐야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대통령이 되면 저런 일은 안 하겠지”, “저 사람이 국회에 가면 달라질 거야”,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잘 할 거야” 등등. 우리는 변화되는 것에 대해 믿음을 주거나 좀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한반도 정세가 매우 불안한 가운데 아직 특별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청년 실업은 계속 증가하는 등 많은 이들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치권은 앞으로만 가기에도 힘이 벅찬데, 소위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온 것에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

 

 국정이 바로가기 위해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은 보수의 단합을 주장하면서 쪼개져 나간 당과 합당을 한다느니, 내부 계파를 정리한다느니 우왕좌왕 하면서 본연의 정당 활동과는 거리가 먼 행보로 국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야당들도 제 살 길을 찾기 위해서인지 통합이냐, 합당이냐 기로에 선 듯하다. 정당이야 현행 헌법에서 설립이 자유이고 법률에 정한 보조금도 받을 수 있으며 정당법에서도 다른 정당과의 합당이나 통합이 그리 어렵지 않게 돼 있다.

 

 하지만 각 당별로 정치 철학과 노선 등이 분명히 있기에 국민들은 그 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지금의 이런 모습들을 보는 국민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니 이제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정부와 정당에도 단풍이 들어 국민들에게 진정한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깊어가는 가을에 초목들은 각각 자기의 빛깔을 오롯이 내보이며 자연의 조화를 일깨워 주듯이,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도 깊어가는 가을의 단풍처럼 그들의 참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가을의 단풍은 그저 풍경이 아니다. 우리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자연의 고마운 선물이다. 이 선물을 부디 모든 이들이 기꺼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글 |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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