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노동자
 
서창미 공인노무사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상담실장
 
요즘 노동 선진국이라고 하면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을 떠올릴 것입니다. 스웨덴, 덴마크 등 복지 국가라 불리는 나라들에서는 노동시간도 짧고 육아휴직도 자유로이 쓸 수 있다고 하여 미디어에 많이 소개되고 있죠. 심지어 얼마 전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니, 덴마크에서는 야근을 하면 강제 휴가를 줘서 벌(?)을 준다고 하더군요. 아니 저런 행복한 벌도 있다니, 과연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구나, 보는 내내 많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안될까? 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보통 직장인처럼 일하다가 덴마크로 건너가 현지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출연자 중 한 명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기 덴마크 회사에서는 결정권이 근로자에게 있는 것 같다.’
 
문득 그 말을 듣자마자,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나라와 덴마크를 비롯한 복지국가들간에 다른 것은 아닐까 궁금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는 노동자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죠.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사용자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고 종속적인 노동을 제공하는지, 즉 ‘사용종속적인 관계’인지 여부가 중요한 지표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해석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노동자라고 하면, 사용자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되어 있죠. 그래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온갖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구요.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노동자를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좀 더 찾아보고 공부해봐야 하겠습니다만, 일반적인 보통의 시각에서는 적어도 노동자를 어떠한 ‘결정권’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자는 쉬고 싶을 때는 쉬고, 야근하고 싶을 때는 야근하는 ‘결정권’이 있는 사람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바로 노동 선진국이라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자는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을까요?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노동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노동자가 청구하는 시기에 부여하도록 되어 있고, 육아휴직 yd. 또한 노동자가 청구하면 반드시 부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서 ‘결정권’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결정권을 ‘노동권’이라고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곧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덴마크처럼 쉬고 싶을 때는 쉬고,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법에 있는데, 왜 덴마크 노동자들처럼 하지 못할까? 법보다 위에 있는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각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까요? 지난 세월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현장에서 싸워 오신 분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니,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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