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박선희
 
 
고개 들면 몇 발자국 건너에 없는 듯 있다
 
너를 들여다보려고 뒤꿈치를 물고 몸을 세우면 하얗게 놀
라 뒷걸음치며 보일 듯 말 듯 구름에 묻혀 그늘이 된다
 
저 그늘 속에는 얼마나 많은, 날개 젖은 바람과 흐르지 못
한 비를 품고 살고 있을까 고개 숙이고 앞서 걷는 뒷모습에
이야기를 건넨다 눈 배웅을 따라 나온 발길이 휘청 어두워진
 
너를 만나기 위해 너를 향해 웅크리고 있다
 
울퉁불퉁한 골목길 건너며 숨 가쁘게 지내온 날들
꽃잎지고 눈물 고이고
제 안으로 긴 그림자 풀어 놓고 무릎 접으며 스며든다
 
들리지 않는 빛으로 손 내밀면
보이지 않는 소리로 건너온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아주 먼빛으로
 
또 한 번 낮달이 되어 나를 부를 것이다
 
 
 
 
 
프로필-박선희
 
전북 김제 출생
『월간문학』시 등단
『수필과 비평』수필 등단
2016년 아르코 창작활동 지원금 수혜
경북일보 문학대전 입상, 민들레문학상 대상
시집 「건반 위의 여자」
수필집「아름다운 결핍」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