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지 1년이 안된 사람도
 11개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글 |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
 
11월 9일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연차휴가 제도가 조금 바뀐다는 내용 이었는데요. 내용인 즉, 회사에 취직한 지 1년이 안 되는 노동자들에게 최대 11개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는 내용과 육아휴직 기간도 출근한 기간으로 간주하여 연차휴가 사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시적으로 5인 이상을 고용하는 모든 사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입사 후 1년간 80퍼센트 이상을 출근하면 그 다음해에 본인이 원하는 때에 사용할 수 있는 15일의 유급휴가를 근로기준법 60조에 의해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입사 후 1년이 안된 노동자는 1달 개근 시 1개의 휴가를 사용할 권리를 주는데, 휴가를 사용하면 1년 후에 부여될 15개의 휴가에서 차감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입사 후 2년간 총 15개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행법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내용은 입사 후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부여받을 수 있는 최대 11일의 휴가를 노동자가 사용하더라도 2년차에 휴가에서 차감하지 않고 15개를 다시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입사 후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가 15개에서 26개로 늘어난 것 이지요. 일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입니다.
 
같이 개정된 내용 한 가지는 육아휴직 기간을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여 연차휴가에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인데요. 그동안 여성들의 출산 전후 휴가기간(산전후휴가 90일, 쌍둥이의 경우 120일 부여)은 출근한 것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다만, 만 8세미만(또는 초등학교 2학년 미만)의 아이의 육아를 위해 부모 중 한 사람이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은 출근한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육아휴직 후 복귀한 아빠 또는 엄마는 연간 80%이상 출근을 해야 부여되는 연차휴가 조항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아져 휴가가 아예 없거나 대폭 줄어드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육아휴직 기간도 출근한 것으로 인정하게 되면, 복귀 후에도 일한 것과 똑 같은 휴가를 부여받게 되어 긴급한 일이 있을 때 휴가 일 수 가 부족해서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는 싶으나 막상 사용하는 데 있어서 고민할 법한 내용 중에 한 가지가 해결되는 것이지요.
 
법이 국회를 통과 했으니, 정부에서 공표하고 시행하는 데 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적당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OECD 최장시간 노동국가인 한국의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보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면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이런 제도가 아직은 꿈같은 일로 느껴질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입니다. 얼마 전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단 선생님들과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요.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 근로기준법의 거의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할 정도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정노동시간은 하루8시간, 주40시간이지만, 이것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의무사항입니다. 40시간을 넘겨 일을 시켜도 법 위반이 아닌 셈 이지요. 1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무를 시키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도, 연장, 야간, 휴일 근무하면 50% 가산 수당을 주어야 하는 것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5인 미만은 연장, 야간, 휴일에 일해도 시급만 더 주면 문제가 없는 현실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연차휴가도 5인 미만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를 통해 정당성을 다툴 수 가 없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1달에 한번 청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생리휴가도, 회사 문제로 일을 못하면 받는 휴업수당도 5인 미만은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갈 길이 멀군요.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5인 이상에서 1인 이상 모든 사업체로 확대 적용할 수 있게 하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노동하는 사람의 건강, 그리고 인권을 생각할 때, 그리고 인간이 노동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때, 고용된 사람 숫자로 법의 적용 여부를 나누는 것은 발상부터 전환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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