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창의도시에 걸맞는 부천시 지원이 있었나?

 

강상골 수주 변영로 시인의 묘역과 시비를 찾았다. 부천 향토 답사 때나 사계절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묘역에서 밀양변씨 변창순 어르신을 만났다. 변창순 어르신은 강상골 마을에서 수주 묘역으로 오르는 길을 다듬고 있었다. 연로 하신 데도 불구하고 돌을 나르고 길을 평평하게 다듬느라 연신 땀방울을 닦았다.

“마을에서 여기로 오는 길을 정비해 달라고 부천시에 그렇게 말했는데 안 해주네요. 할 수 없이 제가 나서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수주 변영로 시비를 찾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네. 심심찮게 찾아옵니다. 그 분들을 위해 길을 좀 다듬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네요.”

“수주 문학관도 세워 준다고 하잖아요”

“네. 저희들은 독립적으로 문학관을 지어달라고 했지만 수주도서관내에 짓는다고 설명회도 했어요.”

“부천에서 최초로 문학관이 생기는 거네요.”

“네. 수주 문학관이 세워지면 많은 분들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변창순 어르신과 강상골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강상골 서쪽 언덕에 종가집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종가집이 동쪽으로 옮기어서 오랜 세월을 살았단다. 그 종가집에 밀양변씨 재실을 세웠다. 현판은 흑량문을 달았다. 이 재실 지하에 밀양변씨 유물들이 모아져 있다고 했다.

졸저 ‘고리울 가는 길’에 이 강상골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100년이 훌쩍 넘은 고가인 고강가든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부천의 문학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부천이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되었다. 유네스코라는 무게가 무겁게 다가왔다.

이를 계기로 부천시가 문학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해왔는 지를 점검해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주 놀라운 결과를 얻고는 망연자실해 졌다. 나도 시를 쓰고 수필도 쓰고 소설도 쓰면서 문학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부천시에서 시집을 내거나 작품집을 내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나만 그럴까? 페이스북 페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김휘열 시인의 토로를 읽고 경악을 했다.

“저같이 부천관내 문협 활동하지 않고 있는 시인들에게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정은 재앙이다. 제대로 된 문학관도 없고, 토지문학관 같이 무료로 숙식제공 해주며 문학활동 지원하는 시설도 부천에 없고, 광주 같이 전국문학인 대회를 개최하면서 무료로 숙식 제공한 적도 없다.

다른 도시는 다소 부끄러워 그런 거 신청 안 한다. 자격이 있을 때 어떤 상을 받으면 갈채를 받지만 자격 없는 자가 상을 받으면 비난을 받는다. 오늘 제 페북에 부천거주를 삭제했다. 시인의 한사람으로서 창피해서 조만간 부천을 떠날 예정이다. 참고로 초창기 원미동 문학축제는 제가 거의 기획하고 실천한 일이다. 시지원 미미하다.”

부천시에서 문학에 대해 지원하고 있는 내역을 보면 그 실태를 잘 알 수 있다.

문화예술과에서 지원하고 있는 문학 분야는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몇 분, 부천문인협회의 부천문학 발간, 복사골예술제에 참여한 부천문인협회 지원, 현재 송내어울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부천문인협회 회원들의 시화전 등이 전부다.

문화예술발전기금으로 받는 것은 총 17건이다. 부천문인협회, 복사골문학회, 부천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부천지회 등의 단체에서 발간하는 문예지를 제외하고는 시집이나 소설집 발간에 120만원 정도이다. 전통1, 국악5, 사진6, 연극1, 영화1, 다원1에 비해 많이 지원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서는 턱없이 빈약하다.

중앙공원에 세워진 정지용 시비 등 시비, 목일신 시비, 수주변영로 시비, 변영로 조각상, 펄벅 기념관, 깊은구지 마을 축제인 펄벅 축제 등이 부천시 문학 관련 부문이다.

앞으로 옥길동에 세워지는 도서관에 포함되어 있는 목일신 문학관 등을 세울 예정이다. 이밖에 부천내에 문학 관련 시설이나 지원 등이 있다면 저에게 알려주시면 고맙겠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부천 마루광장을 완공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축제가 있다. 이름하여 부천세계비보이대회이다. 예산만 3억3천만원에 달한다. 운영비로 3천만원을 제공해주고 있다. 부천전국대학가요제 8천만원, 부천전국버스킹대회 6천2백만원 등이 새로 문화행사로 지원하고 있다.

부천이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었다. 앞으로 진정한 문학창의도시가 되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불을 보듯 뻔하다. 내년에는 펄벅기념관, 펄벅축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대대적인 지원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실제 부천에서 활동하는 문학가들이 ‘부천을 떠나고 싶다’고 여긴다면 뭔가 문제가 심각하다.

글 사진(한도훈 시인, 부천향토역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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