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일과사람 협동조합 강좌를 함께 들었던 동기(;)분들.
(사)일과사람의 협동조합 벤치마킹 워크숍은, 협동조합을 방문해 그들의 경험을 듣고 조언을 구하는 자리였다. 지목된 곳은 원주였다.

원주시에 있는 협동조합들은 협동조합 간에도 원활하게 교류하며 성장했다.
맨 처음 찾은 곳은 협동조합지원센터다. 협동조합지원센터는 원주시내 한복판에 있었다. 이곳은 원래 휴대폰매장 밀집 지역이었다고 한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원주시가 인수해 협동조합지원센터 공간을 만들었다. 그만큼 원주시 또한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있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김선기 사무국장은 사회경제네트워크 설명 및 원주협동조합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김선기 사무국장. 훈훈하게 생기신 분이 훈훈한 소리만 하신다.
김선기 사무국장은 “다섯 명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다섯 명 앞에 빠진 말이 있어요. 어떤 말이 빠졌을까요?”라고 질문하자  몇몇 사람들은 “뜻을 같이하는”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선기 사무국장은 “뜻을 같이하는... 그런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세상에 생각보다 많아요. 기본적으로는 맞겠죠. 협동조합의 정의를 이해하면 협동조합은 다했다고 보통 이야기하거든요. 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발적 결사체여야 하는 거예요. 그러나 대부분 협동조합은 다섯 명이 기계적으로 결합만 하고 있어요. 뜻만 같아서는 절대 안돼요. 필요와 염원을 해결하기위해 자발적으로 결합하는, 공통의 필요와 염원이 있어야 되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 협동조합지원센터 안.
“협동조합이 잘 안되는데 있어서 가장 큰 핵심은 결사의 문제고 사람의 문제예요. 내 가족이고 날 응원하는 사람이어도 협동조합을 만들 때 그 사람이 협동조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면 안돼요. 하고자하는 사람들이어야 하는 거예요, 협동조합은. 그래서 협동조합의 정의가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 결사체인거죠. 왜 자발적으로 결합하느냐, 왜 협동조합을 하는 걸까요? 대의 같은 거 생각하지 마시고요. 내 행복을 위해서, 내가 행복해야 돼요. 결사가 되기 위해선 내 마음이 끌려야 돼요.”
 
존귀한 개개인의 행복을 위한 결사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협동조합은 망할 수밖에 없는 범주라고 말했다.
 
▲ 원주에 도착해서 갈 때까지 길라잡이를 해주셨던 선생님. 성함을 물어보지 못했지만 얼굴이 참 고우시다.
▲ 우리집을 못찾겠네요. 이름이 심상치 않다.
이야기를 들으니 어느 덧 12시를 훌쩍 넘겼다. 시간표대로 ‘우리집을 못찾겠네요’ 식당을 찾았다. 이름이 독특하고 재밌어 주인은 분명 센스 만점인 어르신일 거라 생각했다. 나물반찬과 콩, 멸치볶음, 오이소박이 등 밑반찬이 차려져 있었다. ‘얼마나 맛있길래’라며 반찬을 집어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정말!
식당 ‘우리집을 못찾겠네요’의 주인 어르신은 남과 북이 분단되면서 집을 잃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간판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우리집을 못찾겠네의 앞뜰. 하루 잡고 이곳에 앉아, 좋은 사람들과 거나하게 취했으면.
두 번째 찾아간 곳은 갈거리 협동조합이다. 갈거리 협동조합은 신용협동조합인데 특이한 점은 그 대상이 노숙인과 지역저소득층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200만을 상한액으로 빌려주며, 원금과 금액의 이자4%를 돌려받는다.
▲ 십시일반, 갈거리 협동조합. 갈거리 협동조합은 칡 갈자로, 이곳은 칡이 많이 나오는 거리였다고 한다.
▲ 갈거리 협동조합 내부
편견 중 하나, 가난은 게으른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기 때문에 통장을 만들거나 급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목돈이 필요한 경우, 금액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 갈거리 협동조합, 갈거리사랑촌 베닉노의집, 갈거리 아녜스의집, 십시일반, 원주노숙인센터, 봉산동 할머니의 집, 갈거리장학회 등 그 안에서도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 갈거리 협동조합 사무국장, 성함을...
“노숙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연료비, 자녀등록금, 치료비 등 쓸 곳이 많아요.”라고 담당자는 말했다.
 
대부분 이 협동조합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고 노숙인들의 신용을 거론하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노숙인의 95%이상 대출금을 갚았고 5,000만원으로 시작한 출자금은 현재 2억 여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신용은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서곡생태마을을 찾았다. 원주 토박이들이 아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곳이다. 처음엔 동네 분들과 말 섞기도 어려웠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전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한다. 서곡생태마을은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며 대학의 대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 서곡생태마을 모임터(?)같은 곳
서곡생태마을 이길주 이사장은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주변도 즐겁고 행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이치지만 쉽게 되지 않는 점이다.
이곳에선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최근 한국도자기에서 납 성분이 검출 돼 논란이 되었다. 도자기 교육 담당자는 “1000도부터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연료비용이 많이 발생해요. 온도를 올리기 쉬워지기 때문에 납 성분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도자기에 밑그림을 그리는 체험이었는데 친절한 담당자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주는 협동조합간의 협동과 교류가 지속되고, 유지되기 때문에 하나의 협동조합처럼 자연스럽게 견학을 할 수 있었다.
요즘 테마여행이니 스토리텔링여행이니 하는 게 많다. 도시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서 건물을 짓고 관광객을 유치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어릴 적 꿈돌이가 있던 대전 엑스포가 그랬고 여수 세계박람회가 그렇다. 일자리 창출은 그때뿐이고 유지비 때문에 방치해 놓는 곳도 많다.
협동조합은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활동하고 명맥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김선기 사무국장의 말을 빌리자면 “공통의 필요와 염원”이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결사체”이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이점을 눈치 채 협동조합을 관광사업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무엇이든 사람이 중심에 있다. 명심해야겠다.
 
5월 마지막 날을 잘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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