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은계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한

한국잡월드에서 직업 체험...

 

 

눈발이 펄펄 내리던 지난 11월 23일, 시흥 은계중학교로 차를 몰았다. 시흥시 대야동 청소년지도협의회 주최로 은계중학교 학생들이 잡월드에 체험학습을 떠나는데 동행취재 부탁을 받았다.

은계중학교 운동장 옆 주차장에 주차했을 때 눈발이 조금 거칠어졌다. 잠시 쉬려고 차안에서 눈을 감고 있었더니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청소년지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원선화씨였다. 차에서 내려 함께 체험학습에 참여할 지도위원들과 악수를 하고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일단 플랭카드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조금 있으니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왔다. 운동장에는 하얗게 꼬리를 휘저으며 흰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사진을 찍을 무렵 거짓말처럼 눈발이 그쳤다.

은계중학교 교정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여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이 사진으로 찍힐 까봐 손으로 가렸다. 다들 ‘그렇다’는 의견이었다. 사진이 조금 볼품없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진으로 나가기 싫은 학생들의 몸짓 같은 것이었다.

한국잡월드를 향해 차를 몰았다. 차 안에서는 원선화 위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주로 학생들에게 직업체험에 참여한 소감을 물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수업은 하지 않고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노는 수업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 모양이었다. 학습 부담을 짊어지고 젊은 시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나에게도 마이크 기회가 돌아와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한 사연을 조금 길게 이야기 했다. 시인이면서 소설도 쓰고, 동화도 써왔다. 지금은 콩나물신문에 내고향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한때는 고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신문사 편집인이자 발행인 역할도 했다. 지금은 문인화 공부에 매진하고 있고, 캘리그라피 공부에 매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나를 드러내놓는 것이 대단히 쑥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다들 직업을 갖는데 나는 오랜 세월 이리저리 세상에 휩쓸리며 살아온 것 같아 내 자신이 씁쓸했다.

서울 분당구 수서에 있는 한국잡월드에 도착했다. 건물은 아주 크고 웅장했다. 고용노동부가 학생들의 장래 직업에 대한 공부, 체험을 위해 특별하게 지은 것이었다.

한국잡월드 건물 앞에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대야동 청소년지도협의회 관계자들이 학생들을 등록을 했다. 등록을 해야만 전시장에 들 수 있었다.

오전에는 오픈 된 전시장이었다. 그다지 다채롭지 않고 조금 헐렁해 보였다. 직업의 역사가 복도를 따라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나라 직업의 발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달려서 체험하는 곳으로 갔다. 학생들은 미래관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자동로봇, 3D 프린터, 스마트 의학, 자율주행 자동차 등등이 펼쳐졌다.

여기 저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제4차 혁명을 익히 들었다. 그저 기사로만 익힌 지식이었다. 실제 체험을 통해 익히면서 4차 혁명이 뭔지를 알아가는 코너였다. 하지만 3D 프린터 같은 경우엔 들어갈 수도 없게 막아 놓았다. 아직은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실습해 볼 수 있는 것은 스마트 의료, 사진 촬영 등이었다.

현재의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조금은 부족했다. 4D 애니메이션 상영이 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조금은 허무하게 직업 전시장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 메뉴는 돈가스였다. 입에 딱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음식을 남기면 죄를 받는다는 신념이 워낙 강해 남기지 않았다.

오후에는 청소년체험관을 돌았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직업 체험관으로 들어갔다. 음식조리, 의학, 패션, 측량, 자동차, 모델, 법관, 기자, 영화배우, 119소방대원, 경찰, 군인 등등이었다.

지도위원들이나 학부모들은 함께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기했다가 학생들이 체험에 열중 할 때 살며시 들어가 구경하는 정도였다.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이 체험하는 안으로 들어가 찍을 수는 없고 밖에만 촬영이 허용되었다. 청소년체험관을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뭔가 미지근한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는데도 옆에 담당자가 붙어 있어서 자유롭게 찍을 수도 없었다.

“직업이 다양하네요?”

“네. 기업들이 직접 직업체험실을 꾸몄습니다.”

“몇 시간 정도로는 부족하겠네요.”

“물론입니다. 여러 날을 와서 이것저것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

청소년체험관 돌면서 사진 찍으랴, 어떤 직업이 있는지 눈여겨보랴 바쁜 오후였다. 아주 예전에 여성 직업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남성 직업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서 단행본으로 엮는 작업을 했었다. 그때하고 비교해 볼 때 직업이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직업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사진을 다 찍고, 휴게실에서 학생들이 체험을 마치고 나오기를 지루하게 기다렸다. 두 시간 쯤 지나자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청소년 지도위원들이 질서지도에 나섰다. 조금은 무질서하다고 느꼈지만 그게 좋았다. 학생들이 서로 직업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내가 경험한 직업체험은 끝이 났다. 학생들이 은계중학교로 오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아불싸, 한 가지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의 밧데리가 방전이 모두 되어 버려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었다. 운전수가 울상이 되어 학생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시동을 걸려면 차를 밀어야 하는데, 힘껏 밀어줘.”

학생들이 버스에 달라붙어 힘껏 밀었다. 하지만 좀체 시동을 걸리지 않았다. 버스를 뒤로 밀었다가 다시 앞으로 밀었다. 학생들이 전부 달라붙어 젖먹던 힘까지 쓰자 그제야 시동이 걸렸다. 하마터면 한국잡월드에서 발이 묶일 뻔했다. 그런데 학생들 힘으로 시동을 걸게 만든 것이 대견했다. 학생들이 차가운 손을 호호 불며 차에 올랐다.

다들 고생했다. 일단 시동이 걸린 버스는 거침없이 달렸다. 차안에서는 원선화 위원의 사회로 몇 가지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소감을 적는 설문지 조사도 마쳤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은계중학교에 도착해 청소년위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차를 몰았다. 하우고개로 갈 것인가, 여우고개로 갈 것인가 저울질을 했다. 하우고개엔 많은 차량들이 몰려 있었다. 재빨리 여우고개로 핸들을 꺾었다. 한때 한미농원이었던 곳을 지나 여우고개를 달리고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글·사진 | 한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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