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쏟아진 날, 부천역 마루광장은 난장판

 부천역 마루광장으로 난 지하철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번쩍거리며 번개가 쏟아졌다. 뒤이어 마루광장을 찢을 듯 천둥이 요란하게 뒤따랐다.

무차별적으로 비가 내리자 사람들이 서둘러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그 줄은 마루광장 그늘막 시설 아래로 길게 이어졌다. 하늘 높게 세워진 그늘막은 비를 가려주지 못했다.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그늘막엔 매화꽃이 화려했다. 매화꽃 사이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그 자리로 폭포수로 변한 물이 쏟아졌다. 우산을 받쳐 들었지만 더 크고 강력해진 물줄기는 마루바닥에 떨어져 더 높게 튕겼다. 큰 우산을 썼지만 순식간에 신발이 젖고 바지가 젖었다.

“이게 뭐여? 왜 구멍을 뚫어 놓은 거여?”

사람들이 투덜거렸다.

“이게 대한민국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선가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던데?”

“지랄하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무슨 놈의 상을 받아.”

“이런 시설을 하려면 당연히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아야지. 이게 뭐여? 아예 폭포수를 즐기라고 만든 거구만.”

부천역 광장에서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사실을 잘 아는지 택시들이 줄을 지어 부천역 광장으로 들어왔다. 비가 와서인지 택시 노선으로 일반 승용차들도 줄을 이었다. 부천역에서 전철을 타야할 사람들이 비를 덜 맞기 위해 택시 앞에 마구잡이로 세웠다.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비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우산을 폈다.

그 좁은 택시 승강장 사이로 관광버스가 진입했다. 큰 차로 인해 한동안 택시 승강장이 마비가 되었다.

“관광버스는 왜 들어오는겨?”

“몰라요. 택시는 빠지지도 않고 이건 하염없이 서서 택시를 기다려야 하는 것 아녀?”

깜빡 잊고 우산을 챙기지 못한 한 아주머니가 내 앞으로 뛰어 들었다.

“죄송허유. 미안허지만 같이 우산 좀 씌어주세요.”

우산을 앞으로 뻗어 아주머니를 씌워주었다. 그렇지만 그늘막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막을 도리는 없었다. 빗줄기는 더 강해졌다. 택시 승강장이 좁아 많은 택시가 들어오지 못했다.

그때 택시 승장장 앞쪽으로 간 사람들이 재빠르게 택시를 잡아탔다. 다들 삼십분이 넘게 줄을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얌체족은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치기를 한 것이다.

“저 친구들 뭐여? 택시에서 내리게 해야 돼. 비 맞으며 이렇게 택시 기다리는 사람들은 뭐여?”

사람들이 너도 나도 새치기 한 사람을 비난했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는 그 사람들을 내리게 하지 않고 쌩하니 택시 승강장을 빠져 나갔다. 이 시대는 얌체족이 되어야 비를 피할 수 있고 남 보다 앞서서 나갈 수 있는지... 씁쓸했다.

우산 없는 아주머니를 보내 주고 나서 조금 있자 택시 한 대가 들어왔다. 택시 뒷자리에 앉아 중동으로 가자고 재촉부터 했다. 허리부터 발끝까지 축축해져 있어 택시 운전사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비만 오면 이렇게 난장판이 되나요?”

“그렇지요. 택시 승강장이 좁아 택시들이 들어오려고 해도 기다려야 해서... 그런 겁니다.”

부천역 마루 광장은 다양한 버스킹 행사가 치러지는 명소이기도 하다. 막대한 시 예산을 들여서 ‘세계비보이대회’를 열기도 한다.

하지만 비만 오면 부천역 광장은 시민들의 원성이 가득한 성토장이 된다. 특히 여름 땡볕을 피하기 위해 그늘막으로 만들어놓은 시설에 대한 성토가 더 따갑게 진행된다.

“하늘 별 보라고 구멍 뚫어 놓았나? 엥, 뚫어진 구멍 메워야지. 이건 뭐 멋있는 것도 아니고...”

겨울비 내린 날, 부천역 마루광장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글 사진(한도훈 시인, 부천향토역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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