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그녀가 길을 걸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그녀의 호기심처럼 씨씨카메라의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요. 오 신이시여 내 몸을 보호하여 주시옵고 걱정에 시달리는 양을 보우하사 물음표 귀신을 쫓아 주시옵소서. 몸 안에 숨겨진 비밀이 몸 속 깊이 숨은 욕망을 감추려고 애써요. 통통해진 몸, 실오라기 하나 잡아 돌려요. 돌돌돌 그녀 몸의 곡선을 따라 실크가 햇빛에 얼비쳐요. 뽀얀 살결 매끈한 다리 아래 발목이 문턱을 넘어요. 갓 뽑은 실이 맨살에 닿을 때 그녀의 기분은 상쾌해져요. 그녀가 한 올 한 올 실을 당겨요. 줄줄 물길이 발밑에서 뭉개져요. 굳은 살 박힌 뒤꿈치 갈라진 틈에 뭉개진 물이 스며들어요. 발끝에서 스민 물길이 발목을 타고 허리를 감고 올라가요. 머리칼을 타고 콧잔등으로 턱으로 굴곡 있는 몸을 어루만지며 지나가요. 그녀가 거울 속에서 눈을 뜨고 옷을 입어요. 화장을 하고 길을 나서는 그녀의 어깨 위에 바람이 앉아 속삭여요. 간절하게 빌어요. 금식기도를 해요. 백일치성을 드려요. 다시 반복 되는 일상.
그녀의 또 다른 하루가 꿈틀거려요. 
 
 
 
▮정령
충북 단양출생
2014년 《계간 리토피아》 등단
시집<연꽃홍수>, <크크라는 갑>발간
현 막비시동인, 부천문협회원, 부천여성문학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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