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가시
 
홍명근
 
 
장미꽃대를 자르다가
왼손 엄지손가락 지문 사이에
가시가 박혔다.
바늘로 뽑을지 칼끝으로 뽑을지
고민하다가 무서워 바늘도 칼도 댈 수 없었다.
며칠 동안 따끔 거렸다.
잊어버릴만하면 어디에 닿아
깜짝 놀라 머리털이 삐죽 설만큼 아프다.
곪기 시작하는지 부풀고
살속 색깔이 붉은 장미 빛으로 변했다.
아플 때마다 장미꽃 가시라는 사실을
환기 한다. 장미 가시에 찔린 상처가 덧나
죽었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야기를 생각하기도 한다.
언제까지 살 속에 가시를 박은 채
있을 수는 없겠지.
죽거나 살이 상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장미꽃 가시라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왼쪽 손에 자꾸 장미꽃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들여다봐도 이젠 가시는 보이지 않는다.
아플 만큼 아프고 가시도 살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장미꽃 가시인데
좀 아파도 괜찮을 것 같다.
그냥 기다려 본다.
내손 속에서 어찌될 것인지를.
 
 
프로필
충북 충주 출생. 시집 <말못할 설움과 그리움으로>
부천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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