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난 개들... “정이란!”
 
 
 
어제 저녁 음성 대소에 계신 형을 만나러 내려와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가는 길이다. 오늘은 매일 쓰다시피 하는 병아리와 어미달구님 얘기 대신, 산에서 만난 개 이야기를 하여야겠다. 집에 있은 '병아리와 달구님들은 하루 잘 지냈으려나...'
 
형과 괴산의 '사랑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엊그제 한 달 이상 미뤄온 공단과 법원 등에 제출할 서류를 힘들어도 기어이 마무리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거의 밤을 새며 책상 앞에 있었는데, 그 영향 탓인가 어젠 블루베리 와인을 서너 잔 먹고 피곤과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이불을 덮지 않고 자서인지 몸살기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힘들어도 산행을 하면 좋아지리라 믿고 강행을 했다. 다행이 몸과 마음이 평안해졌다. 몸과 마음이 평안해지는데 큰 힘이 된 것이 산에서 만난 개들 때문인 듯 하다.
 
산행 초기부터 따라온 큰 개 누렁이, 이 녀석 이름은 '멍멍이'라 불렀다. 산행 초입의 어느 집에서 나온 것 같은데 계속 따라온다. 덩치는 큰데 순하다. 집에서 멀어지길래 계속 돌아가라며 쫓아도 따라온다. 험하고 경사져 눈과 얼음으로 미끄러운 곳도 잘 따라온다. 잠깐 잠깐 보이지 않아 돌아갔나 싶으면 여지없이 또 나타난다. 해서, '그래 멍멍아 너랑 나랑 오늘 산행을 같이 할 인연인가보다' 싶어 같이 가기로 맘을 먹었다. 아무리 봐도 멍멍이 녀석은 산엘 자주 와본 듯 하다.
 
그런데...!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산행길,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함께 검은 개 한 마리가 따라온다. 내려오시는 등산객 중 누가 데리고 온 개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순간 '우릴 따라온 멍멍이와 내려오는 검둥이가 싸우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가 생긴다.
멍멍이는 덩치는 크지만 순해 보이고 내려오던 검둥이는 덩치는 작지만, 날카로운 눈빛을 보는 순간 늑대개의 후손인가... 뭔가 사냥개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하지만 곧 들통, 사냥개 같은 포스는 고사하고 떵개(?)의 재밋고 웃기는 포스(?) 라는 게...
녀석의 이름은 '검둥이'로 하였다. 검둥이도 내려오시는 분들과 함께 온 개가 아니고 어디서 부터인가 따라왔다고 한다. 이쁘다고 쓰다듬고 만져주니 배까지 보이며 발랑 누워서 좋단다.
 
멍멍이와 검둥이는 잠시 으르렁 대며 경계를 하더니 금방 가까워진 것 같다. 그런데 검둥이 이놈이 내려오던 분들을 계속 따라가지 않고 우릴 따라 붙는다. 이 녀석 웃기네... 그래 같이 가자. 쏘시지도 좀 주고 떡도 나누어 주었다.
산에서 내려와 차들이 다니는 큰 도로. 이젠 녀석들을 돌려보내야겠다. 두 세 시간 동안 함께 하며 정이 들었나.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고 자꾸 멈춰서게 된다.
따라오려는 녀석들을 산쪽으로 돌려보냈다. 제 살던 곳을 잘 찾아가리라. 미안하구나.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멍멍이와 검둥이는 계속 따라오려 한다. 돌려보내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따라오려고 다가오던 모습도, 돌려보내 천천히 멀어지는 모습도 마음이 짠~하다.
 
너희들 덕에 산행이 더 즐겁고 힘이 든지도 몰랐단다. 고마웠구나. 사람이던 동물이던 생명있는 것들은 함께 하면 눈이 마주치고 온몸으로 서로를 느끼게 되고 정이 든다. 정이란 것이, 정이란 놈은 때론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 같기도 하다.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참 가슴을 아리게도 한다.
 
정 情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신뢰의 정을 쌓다.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 정이 많은 사람
3. <불교> 혼탁한 망상.
4. <심리> 마음을 이루는 두 요소 가운데 감동적인 요소.
 
사전에선 이렇게 정리를 하는데, <불교>에서 '혼탁한 망상' 이라 하는 게 눈에 띈다. 살짝 이해가 가고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아리까리 하구나. '혼탁한 망상' 이라, 참 묘한 일이다. 더 큰 정을 느끼고 나누며, 더 크게 가슴을 아려보며, 깊은 공부가 필요할 듯 하다.
 
산에서 내려와 막걸리와 수육과 동태찌개를 먹었다. 음식도 많이 남아 녀석들 생각이 난다. 같이 왔으면 많이 먹였을텐데, 어떻게 다음에 인연이 또 될런지 모르겠으나 건강하거라. 검둥아! 멍멍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억겁의 시간이 흐르더라도 서로 다른 형태를 한 생명의 모습일지라도 너희들과의 인연이 이어지지 싶구나...!!!
그나저나 집에 있는 진돗개 '마루' 이놈은 하루 잘 지냈으려나...
 
글 | 김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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