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마지막 교통봉사를 마치며...

“아저씨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거예요”

12년 마지막 교통봉사를 마치며...

 

 

 

  요즘 학생들 방학이 늦습니다. 올해도 평일로서는 마지막 날인 12월 29일에야 겨울방학을 한 학교가 많네요. 1월 초순까지 수업을 하고 졸업식도 마친 후에 방학을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합니다. 주 5일제를 하다 보니 연간 필요한 수업일수를 채우기 힘들어서 방학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추운 날 잔뜩 웅크리고 종종걸음을 치는 아이들이 안쓰럽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등교길 아이들을 지켜본 것이 12년입니다. 그리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 일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의원 출마를 생각할 때인 2005년에 시작한 일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혀 보겠다는 흑심(?)을 가지고 시작한 봉사였지만 1~2년 하다가 끝낼 수 있는 일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여기 며칠, 저기 며칠 뜨내기처럼 해서도 안되고 매일같이 꾸준히 해야 된다고 결심했던 일입니다.

 

  그게 12년이나 됐습니다. 중흥초등학교 앞에서 5년이 지났을 때 교장선생님이 ‘이제 졸업하라’시며 중단하는 부담을 덜어주셨는데, 이내 계남초등학교 앞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7년이 지난 것입니다.

 

  시의원 임기 12년 내내 매일 아침을 횡단보도에서 시작했습니다. 등교길 안전에는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된 일이었습니다. 아침 8시에 횡단보도에 도착하여 한 시간 근무 후에 시의회로 출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조찬모임’은 한 번도 참석해 보지 못했지만, 불가피하게 부천을 떠나 있을 때 말고는 근무를 빠져 본 일이 없는 것도 자랑입니다.

 

  기본임무가 안전한 등교길을 지키는 것이지만 신호대기 중에 아이들과 눈을 마주칠 짬은 있습니다. 매일 아침, 아이들과 밝게 인사하면서 좋은 기운을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다보면 좋지 않던 제 기분도 전환이 되곤 했습니다. 저에게 관심을 주는 아이들도 가끔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슬그머니 초콜렛을 쥐어주고 달아나는 아이가 있었네요.

 

  학교에서 감사편지를 쓰라고 했는데 저에게 썼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침마다 가위 바위 보를 하자고 조르던 아이는 벌써 6학년이 됐네요. 이사를 가서 다른 길로 다니는 녀석이 슬그머니 저 보러 왔다며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침마다 거수경례를 주고받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저씨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거냐’고 천연덕스럽게 물어서 저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1학년 꼬마도 이제는 못보게 됐네요.

 

  휘파람을 잘 부는 예준이, 요요챔피언 강현이, 아빠 자전거 짐받이에 우뚝 서서 오던 예원이, 핑거스냅을 연습 중인 민성이, 새침떼기 수빈이, 동인이, 지민이, 예나, 태윤이, 지애, 한별이. 중학생이 돼 멋내기 바쁜 예진이, 민지, 소은이, 고등학생이 되는 가용이, 우용이…. 그리고 아침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던 이름 모르는 아이들, 출퇴근 하시는 주민들 모두 그리울 것 같습니다.

 

  2009년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렛과 손편지를 줬던 4학년 은주는 이제 멋진 청년이 되어 있겠지요?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러 나가야겠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 | 윤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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