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 1

 

  우리 직원 중에 친척이 사고로 머리를 다쳤다고 했다. 병원에서 머리 수술을 했는데, 그 뒤 병실에서 주사만 맞으면 몸부림을 친단다. 왜 그런지, 낫는 건지, 그러다 사람이 잘못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란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대답했다.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하는 과정일 거예요. 낫는 과정이 맞아요."

 

  30년 전인가? 의대에 다니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마침 동생이 다니던 의과대 응급실이라서, 제자 환자를 알아본 의대 교수가 바로 머리 수술을 하였다고 한다. 가족에게 연락한 것은 수술 뒤였을 것이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가 교사로 방학중이었나? 병원에서 그 동생을 뒷바라지 하는데 툭하면 미친놈처럼 몸부림을 쳤다. 나중에는 침대에 동생을 묶어 놓았다.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침대가 들먹거렸다.

  가족들이 말했다. "진정제 좀 놔주세요."

  의사가 안 된단다. 몸부림을 쳐야 제 자리에서 벗어난 뇌가 제 자리를 잡는단다. 즉, 몸부림을 치지 않으면 제 자리에서 벗어난 뇌가 위치를 잡지 못한단다. 그렇게 열흘쯤 지났는데 거짓말처럼 몸부림 정도와 세기가 줄어들면서 나중에는 착한 환자가 되었다.

 

  몸부림은 제 자리를 잡는 과정이다.

 

  #사족 - 동생은 그게 인연이 되었는지, 나중에 신경외과 의사가 되어 남의 머리를 수없이 열었다.

 

 

몸부림 2

 

  어머니와 아내 사이가 안 좋을 때, 남자가 아내 편을 들면 복잡한 상황이 아주 간단해진다. 물론 그때부터 어머니는 힘들 것이다.

  "다 키워놓았더니 저 새끼가 제 계집 편을 든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그렇게 자기 몫을 감당해야 한다.

 

  서로 갈등할 때 어느 한 쪽에 힘을 보태야 난제가 풀리고, 그래서 그 아들이 같이 오래 살기로 선택한 배우자 편을 든 것이다. 남자가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이고 싶고, 어머니에게는 "좋은 아들"로 남으려고 양쪽 모두에게 은근히 힘을 실어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두 여자가 각각 "이 남자는 내 편"으로 생각하고, 주장을 서로 굽히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남자가 일시적으로 덜 힘들려고, 두 사람을 힘든 상황으로 계속 몰아넣는 셈이다. 양손에 떡을 들고 혼자 다 먹으려니 머리속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과 같다.

  "이건 너 먹어, 이건 내가 먹을게"라고 하면 간단하다.

 

  지난 5년간 내가 어떻게든 담쟁이문화원을 꾸려 보려고 몸부림을 친 것도 알고 보면 이쪽에도 저쪽에도 좋은 사람으로 있고 싶어서 생긴 문제이다. 몸부림을 쳐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아내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과 일을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지쳤을 때 지인들이 나서서 뭘 도와줄 것인지를 물었으면 좋겠다. 작은 것이라도 구체적으로 돕는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힘이 들었으면 진작 얘기하지~~" 같은 소리를 나중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고 보면 안 보려 했던 것인지 모른다.

 

  #사족 - 그나저나 국민의당 중도파는 언제 누구 편을 들지 궁금하다.

 

글 | 한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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