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됨’이란

 

 

 

  작당에 새 식구가 늘었다. 21일째 품었던 다섯 개의 알 중에 두개가 부화되었다. 지난해 친구로부터 백봉 오골계 세 마리를 분양받아 키웠다. 6개월 쯤 되니 수탉의 모습을 드러내더니 울기 시작했다. 주변 아파트 주민의 민원에 밤낮으로 고민하다가 지난 추석명절에 시골로 보내서 잡았다. 김해 사는 형님이 몸보신 했다. 그리고 내가 심혈을 기우려 만든 닭장에는 백봉이 한 마리만 남았다.

 

  처음 내게 백봉이를 선사한 친구가 닭을 키우는 진수는 알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키워보는 것이라며 부화기를 만들어 부화시켜보라고 선동했다. 인터넷으로 온도조절기를 구입해서 전기를 먹어가며 부화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백봉이가 합방했을 때 낳아 냉장고에 보관하던 유정란과 혹시 몰라 친구가 챙겨준 유정란을 부화기에 넣었다. 실패였다. 수정은 됐는데 온도조절에 실패해서 인지, 알을 자주 돌려주지 않아서 인지, 부화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본능적으로 무정란을 품고 있는 백봉이 품안에 유정란을 밀어 넣었다. 인공부화가 아닌 자연부화를 시도해 본 것이다. 백봉이는 체온이 잘 전달되도록 아랫배에 난 깃털을 뽑고 알을 품었다. 밤낮으로 알을 품느라 살은 빠지고 깃털은 푸석푸석해 졌다. 그리고 21일이 지났다. 두 개의 알이 부화에 성공했다. 나머지 세 개는 무정란 이었다. 한 나흘을 둥지에서 새끼를 보살피더니 이제 둥지에서 내려와 새끼들 훈육을 한다.

 

  '어미됨'이란 참으로 지켜보는 이에게 감탄을 선사한다. 스물 하루의 산고 끝에 깃털은 윤기를 잃고 몸은 축나 가볍지만 새끼 사랑은 빛나고 무겁기만 하다. 여리디 여린 병아리가 어떻게 겨울을 날까 걱정을 했는데 틈틈이 새끼를 품어 체온을 유지시켜준다. 괜한 걱정을 했다. 모든 어미는 새끼를 잘~ 챙긴다.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런데 자신이 품었던 알이 남의 것이란 걸 백봉이는 알고 있을까? 백봉이 그동안 수고 많았네~

 

 

글·사진 |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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