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노동을 존중할 때
나의 노동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도 1월1일부터는 노동자를 1인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체에서는 시급을 7,530원 이상 주어야 합니다. 저는 최저임금을 표현할 때는 정부가 고시한 금액 7,530원 ‘이상’ 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정해진 금액 아래로는 줄 수 없다는 법적 기준선이지요. 그래서 그 최저임금액 ‘이상’을 주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이상’이라는 단어를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 거 아닌거 같지만, 이상이 붙고 안 붙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상의 범위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시급이 만원이 될 수도, 10만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연초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에 대한 여러 가지 기사가 쏟아집니다.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소위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경제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 여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계와 몇몇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와 기대, 향후 전망 등을 보도하면서 다른 시각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분석과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현실, 이른바 프레임 전쟁입니다. 최저임금이 더욱 인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는 이런 여론의 흐름과 논쟁을 유심히 지켜보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소식과 장면을 접하게 됩니다. 몇가지를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였다는 기사는 정말 혀를 끌끌 차게 만든 기사 였습니다. 경비노동자 직종은 대표적인 최저임금 일자리인데, 법에 맞춰 임금을 올리면 한 가구당 몇 천원의 부담이 더 발생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정부에서 1인당 최대 13만원까지 지원해 주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으면 실은 매년 임금이 오르는 그 이상도 아닐텐데 돈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부천에서도 중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줄이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SNS를 통해서 봤습니다. 그 소식을 올려주신 분은 경비원 줄이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알려주셨는데요. 경비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생존권이 몇천원 안되는 관리비 인상으로 좌지우지 되는 현실은 참 씁쓸합니다. 경비원 숫자를 줄이기 위해 입주민투표를 진행한 사례는 최근에 꽤 많은 곳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몇 년전에 경비원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결정을 주민들이 나서서 부결 시켰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1~2년 안에 또 다시 안건화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경비원 숫자를 줄이려는 형태와 함께 최근 많이 확인되는 것이 휴게시간을 늘리는 형태입니다. 며칠 전 A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붙어있는 공지사항을 봤더니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하루 30분 정도 늘렸더군요.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보니 그렇게 늘린 휴게시간 때문에 월급으로 치면 한 5만원 정도 임금이 줄게 생겼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받고, 휴게시간 늘리고 제가 보기엔 그 단지는 임금을 동결했거나 최소화한 효과를 낳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에 대한 조건을 좀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노동을 하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노동에 의존해서 삶을 살아갑니다. 물론 나의 노동도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한 그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회는 그렇게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나의 노동은 존중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지요. 나의 노동이, 나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바로 나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경비, 청소, 미화, 각종 돌봄노동은 나의 눈에 안보이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그들의 노동에 의해 내가 사는 공간이 안전하고, 깨끗하고,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바로 드러날 빈자리를 겪어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성숙한 사회, 올바른 사회가 아닐까요?
 
글 |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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